[미디어펜=이서영 기자] 국내 증시 수급의 ‘큰 손’인 국민연금이 술, 음식, 의류 등 경기와 상관없이 꾸준한 실적을 내는 경기방어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월말과 6월말 기준 국민연금의 지분 변동 내역을 조사한 결과, 이 기간 국민연금이 추가 또는 신규 취득을 통해 지분율을 늘린 종목은 143개로 집계됐다.

특히 국민연금은 식음료품주 가운데 14개 종목에 대한 지분 투자를 확대했다. 사조산업(5.16%→8.61%), 농심(7.26%→10.50%), 롯데칠성(10.82%→13.08%), 오리온(5.93%→8.07%), CJ(7.44%→8.49%) 등의 지분율이 늘어났다.

도수가 낮은 소주로 인기몰이 중인 무학(6.07%)과 중국에 대한 우유 수출 확대가 기대되는 매일유업(5.09%)은 신규 편입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제약주(10개)와 섬유·의복주(8개), 미디어주(8개) 등도 국민연금 쇼핑 바구니의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들은 모두 경기방어주로 분류되는 업종들로, 상승기에는 경기민감주보다 상승폭이 작은 대신 불황기에도 꾸준히 이익을 내는 특징을 지닌다.

그리스 사태 불확실성 확대와 미국 금리 조기 인상 등 대외 변수로 시장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국민연금이 ‘안정’에 방점을 둬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약주 중에서는 종근당과 서흥, 동아에스티, 아미코젠, 메디톡스 주식을 사들인 반면 한미약품, 한미사이언스, 유한양행, 보령제약 등의 지분율 줄여 밸류에이션 부담 등을 고려한 종목별 대응이 함께 이뤄졌다.

섬유의복주 중에서는 영원무역과 휠라코리아, 일신방직 등이, 미디어주 가운데서는 SBS와 CJ헬로비전, CJ E&M 등에 대한 편입을 늘렸다.

아울러 백화점 업종에 속하는 신세계(5.85%→12.45%), 종이·목재주인 한솔제지(8.34%→14.67%)에 대해서는 5%포인트 이상 지분율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민연금이 5% 이상 보유 중인 종목 중 지분율을 낮추거나 보유주식 명단에서 제외한 종목은 총 80개로 집계됐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 세종공업 등 자동차 부품주들에 대한 지분율을 낮췄으며 대우조선해양(3월 말 기준 7.09%), 현대하이스코(8.42%), 로만손(9.25%), 한글과컴퓨터(7.15%), 포스코켐텍(7.10%) 등도 5% 이상 대량 보유주식 명단에서 이름을 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