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준희 기자]현대차그룹 건설 계열사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해외사업에 박차를 가하며 밸류업 및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반세기 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해외건설 진출의 기틀을 닦았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의지를 잇는 행보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달 말 사우디에서 역대 최대인 50억 달러(한화 약 6조5000억 원) 규모 아미랄 프로젝트 패키지 1·4를 수주했다.
현대건설은 창업주 정주영 회장 시절인 1975년 사우디 건설시장에 처음 진출한 이래 ‘20세기 최대의 역사’라 불리는 주베일 산업항 건설 등 다양한 공사를 수행하며 신뢰 관계를 쌓아왔다. 이번 수주는 반세기 동안 구축해온 신뢰 관계가 맺은 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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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사진=(좌)현대건설, (우)현대엔지니어링 제공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이번 아미랄 프로젝트를 현대엔지니어링과 공동 수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구체적인 계약금액 분배 등은 미정이다.
현대건설은 “향후 계약금액 등 주요 조건이 변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해외에서 동행 빈도를 늘리고 있다. 앞서 지난 3월에도 국내 석유화학업계 사상 최대 규모 석유화학설비를 건설하는 ‘샤힌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해 공사를 수행하기로 했다.
사우디 진출로 해외건설의 기틀을 마련했던 정주영 회장의 의지를 ‘현대 가문 건설형제’가 이어가는 모양새다.
현대건설은 이번 사우디 아미랄 프로젝트를 비롯해 미국 홀텍 인터내셔널과 함께 우크라이나 소형모듈원전(SMR) 건설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분야로 해외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실적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1분기 현대건설 실적은 사우디 네옴 러닝터널, 파나마 네트로 3호선 공사, 사우디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공사 등 해외 대형 현장 공정 본격화 영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세를 기록했다.
현대엔지니어링 또한 지난 2021년 현대건설과 함께 아람코가 발주한 2조 원 규모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를 주간사로서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10억 유로 규모 폴란드 석유화학플랜트 EPC(설계·조달·시공) 사업을 수주하며 국내 건설사 중 유일하게 유럽 석유화학플랜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바 있다.
양 사의 활약은 올해 수주목표 350억 달러 달성을 노리는 해외건설에도 긍정적이다. 올해 상반기 우리 기업 해외건설 수주실적은 173억 달러로 전년 동기 120억 달러 대비 44% 증가했다.
업체별로 살피면 현대건설은 52억5513만 달러를 수주하며 삼성물산(56억6128만 달러)과 함께 상반기 해외건설 시장을 이끌었다. 지난해 전체 기간 수주액인 26억9505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현대엔지니어링 또한 상반기 1억1074만 달러를 수주하며 힘을 보탰다. 향후 아미랄 프로젝트 공동 수행이 확정될 경우 수주액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1975년 사우디 건설시장에 처음 진출한 이래 현대건설은 사우디 정부 및 발주처 신뢰를 기반으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며 “최근 정부 차원 경제 외교를 통해 양국 간 협력 기반이 더욱 확대된 만큼 아미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사우디 지역에서 ‘K건설’ 입지를 더욱 확고히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