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오픈마켓 사업 손익분기점 넘어서
[미디어펜=이미미 기자] 11번가가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음에도 결과적으로 ‘매각’을 위한 시나리오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위메프와 티몬 등에 이어 11번가까지 ‘큐텐’ 아래로 헤쳐모여 쿠팡 대항전선을 구축하는 형태로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재편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 11번가 안정은 사장이 지난 7월7일 서울스퀘어 사옥에서 진행된 구성원 대상 타운홀 미팅에서 지난 6월 월간 영업실적 마감 결과 오픈마켓(Open Market) 사업이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고 발표하고 있다./사진=11번가 제공


11번가는 지난 6월 월간 영업실적 마감 결과 오픈마켓(Open Market) 사업이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고 10일 밝혔다.

11번가 사업구조는 크게 오픈마켓 사업과 직매입(Retail) 사업으로 나뉜다. 오픈마켓 사업은 11번가의 입점 판매자 상품을 중개하는 사업으로, 11번가 거래액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오픈마켓 사업은 올 2월부터 영업실적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지난 6월에는 전년 대비 70억 원 이상을 개선시키며 흑자 전환됐다. 올 상반기(1~6월)에만 지난해 동기 대비 영업손익이 290억 원 이상 개선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럼에도 매각설이 흘러나오는 이유는 앞서 2018년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받았던 투자 조건이다. 당시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운용사 등에서 50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5년 내 IPO를 하기로 약속했다. 2023년 9월까지 IPO에 성공하지 못하면 투자금에 8%의 이자까지 붙여 돌려주기로 했다. 

약속한 기한이 임박했지만 11번가가 IPO를 위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데다, 큐텐이 SK스퀘어에 11번가 인수제안을 했다는 애기가 흘러 나왔다. 11번가 매각설이 유력해진 셈이다. 

이커머스 업계도 큐텐이 11번가를 인수할 경우 쿠팡 대항을 위한 전선이 구축되는데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Qoo10)은 G마켓 창업자인 구영배씨와 이베이가 합작해 세운 회사다. 2010년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싱가포르 시장에서 몸집을 키워 현재 동남아시아를 기반으로 동북아·유럽·미주 등 11개 언어, 24개국에서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큐텐은 지난해 하반기 티몬을 인수하고, 올해 3월 인터파크커머스에 이어 곧바로 위메프까지 인수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몸집을 불리고 있다. 

   
▲ 2022년 기준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현황/표=공정위 제공


공정거래위원회는 큐텐이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의 주식(지분율 각각 100%·86%)을 취득하는 내용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오픈마켓 시장의 경우 네이버, 쿠팡 등 다수 상위 사업자가 존재할 뿐더러 결합 후에도 인터파크커머스 등 이들 회사의 합산 점유율이 8.35%에 불과하다. 다수 사업자 간 상품 구성, 가격, 배송 기간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기업결합 시 가격인상이나 담합 가능성이 미미하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그러면서 공정위는 “중소 오픈마켓 사업자의 통합으로 네이버, 쿠팡이 상당 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오픈마켓 시장에 유효한 경쟁자가 추가되는 등 오픈마켓과 해외직구 시장에서 경쟁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큐텐이 11번가까지 인수할 경우 쿠팡에 견줄 만한 신규 강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유통업체 관계자는 “큐텐이 연달아 세 곳을 인수한 상황이라 11번가를 인수할 만한 자금 여력이 될까 싶다”고 말했다. 

11번가 관계자 역시 “(큐텐으로부터) 인수 관련 제안을 받지 않았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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