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I·LTV 요건 못갖춰…주택보유수·주택가격도 문제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시세 9억원 이하의 주택에 최대 5억원을 대출해주는 정책모기지 상품 '특례보금자리론'의 신청 유효비율이 6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주금공이 대출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평가기준인 '대출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게 최대 요인으로 꼽혔다. 

11일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주택금융공사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대출 신청접수가 시작된 올해 1월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접수된 특례보금자리론 건수는 18만 5692건으로 집계됐다. 액수로는 약 42조 4330억원에 달한다. 

   
▲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시세 9억원 이하의 주택에 최대 5억원을 대출해주는 정책모기지 상품 '특례보금자리론'의 신청 유효비율이 6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주금공이 대출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평가기준인 '대출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게 최대 요인으로 꼽혔다./사진=김상문 기자


신청자들은 신규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특례보금자리론을 가장 많이(9만 5511건, 23조 2560억원) 신청했고, 이어 기존대출 상환(7만 6154건, 15조 7631억원), 임차보증금 반환(1만 4027건, 3조 4137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금공이 실제 대출을 집행한 사례는 신청분에 훨씬 못 미치는 60%대에 그쳤다. 정부가 무주택자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변동금리 주담대 이용자에게 고정금리로의 대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자격요건을 완화했는데도, 신청자들이 이를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실제 주금공이 용도별 유효신청건수를 집계한 결과, 이달 3일까지 총 신청 건수의 65.2% 수준인 12만 1110건을 집행하는 데 그쳤다. 신규주택 구입이 신청분의 67.9%인 6만 4852건으로 가장 많았고, 기존대출 상환이 신청분의 62.7%인 4만 7749건, 임차보증금 반환이 신청분의 60.4%인 8472건으로 뒤를 이었다.

액수를 기준으로 놓고 봐도 실제 집행된 규모는 총신청액의 67.0%에 불과한 약 28조 4301억원에 그쳤다. 신규주택 구입이 신청액의 69.0%인 16조 466억원, 기존대출 상환이 신청액의 64.5%인 10조 1672억원, 임차보증금 반환이 신청액의 64.1%인 2조 1882억원 순이었다.  

미충족된 사유를 살펴보면 총 8141건 중 '대출한도 부족'이 3349건으로 가장 많았고, '주택보유수 요건 미충족'이 1093건, '주택가격 초과'가 448건 순으로 나타났다. 

특례보금자리론은 KB시세 기준 9억원을 초과하지 않는 매물에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을 내어주는 상품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 최대 60%,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최대 70%(생애최초 80%)를 기준으로 한다. 신청자와 배우자가 무주택자이거나 상환·보전용도의 1주택일 경우 이용할 수 있으며, 일시적 2주택자는 기존 주택을 3년 내 처분하는 조건으로 이용할 수 있다.

대출한도 부족이 가장 많은 불승인 이유로 꼽힌 점은 주목할 만하다. 대출자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기준으로 대출가능여부를 평가하는 시중은행과 달리 주금공은 규제가 다소 느슨한 DTI와 LTV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신청자들이 기본 요건을 못 갖춘 것이다. 

DTI는 기존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반영하는 DSR와 달리 기존 대출의 이자 상환액만 고려해 DSR를 기준으로 할 때 보다 더 많은 대출한도를 받을 수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총대출액이 1억원을 초과할 경우 DSR를 40%로 제한하고 있는데, 시중은행은 DTI와 더불어 DSR를 잣대로 주담대를 제공하고 있다. 상환 여력이 충분한 대출자에 한해서 주담대를 내어주는 것이다.

더욱이 정부가 고금리 시대 3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를 관리해야 하는 입장인 만큼, 특례보금자리론의 추가 대출요건 완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도 깡통전세 피해를 막기 위해 추진한 전세금반환대출에 한정해 기존의 DSR 40% 규제를 DTI 60%로 1년간 한시 완화할 계획이라는 입장만 내놨다. 

오래 전부터 고수한 '대출자가 상환 가능한 수준에서 대출을 일으켜라'는 취지의 DSR 원칙은 유지함으로써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는 심산이다.

한편 특례보금자리론으로 가장 많이 수혜를 누린 연령대는 30대로 나타났다. 5만 1409건(실집행액수 약 13조 3948억원)을 기록해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 3만 4389건(약 7조 8581억원), 50대 1만 8031건(3조 5935억원), 20대 9469건(2조 2094억원), 60대 이상 7799건(1조 3618억원) 순이었다. 

특례보금자리론을 가장 많이 공급한 은행은 KB국민은행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은 3조 5710억원을 실공급해 주요 은행 중 가장 많은 액수를 취급했고, 우리은행이 3조 749억원, 신한은행이 2조 8421억원, 하나은행이 2조 5410억원, NH농협은행이 2조 3071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