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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
미디어 기술 발전은 정말 눈부시고 화려하다. TV와 컴퓨터, 핸드폰 영상 화질을 보면 지금 현재 최고 전성기 정점에 올라서고 있다. 과거 오랜 흑백 화면 시기를 거친 다음 SD급이란 표준 화질이 있었고 이어 HD 고화질 – Full HD로 발돋움하며 숨 가쁘게 발전해왔다.
이윽고 울트라 초고화질이라는 UHD가 생겨 나와 TV와 PC는 물론 스마트폰 동영상 서비스와 이용자 직캠(직접 찍은 영상 사용)으로까지 쑥 들어와 있다. 선명한 화질, 매혹적 체감을 자아내는 이 UHD 기술과 콘텐츠 합작은 잘만하면 그냥 지나보내는 유행이 아니라 제대로 된 금맥이자 소프트파워, 서비스산업의 셰일가스가 될 수 있으리라 본다.
간단 역사 비평이다. UHD TV 서막은 2012 런던올림픽과 일본 소니, NHK의 실험방송이 열어 젖혔다. 소니가 이미 영화에서 디지털 4K라는 초고화질 촬영 카메라로 찍는 디지털 시네마를 선보여 왔던 노하우를 개인화된 TV에 이식하는 작업이었다. 소니가 컴퓨터 사업을 접고 휘청대긴 했지만 할리우드 핵심 자산 콜롬비아 픽처스 영화사와 소니 뮤직을 사들여 잘 버틴 덕택에 큰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방송카메라 장비 부문 1등 회사로서 면모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하지만 UHD TV 수상기 제품은 한국의 삼성과 LG가 금세 소니에 육박하고 시장을 주도해나가고 있다. 삼성의 SUHD TV와 LG의 OLED TV는 한국 낭자들이 US 여자오픈 등 골프 리그를 석권하는 그 느낌 그 대로 세계를 호령하기 시작했다. 컴퓨팅 기능까지 장착한 스마트 TV 부문을 보면 삼성은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 20.8%로 1위를 차지했다(7.12. 시장조사기관 GFK). 중국업체인 하이센스가 14.1%, 스카이워스와 샤프가 공동으로 11.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올해 출시한 프리미엄 SUHD TV 라인업이 큰 공신이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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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는 SUHD TV /사진=삼성전자 제공 |
전 세계 시장으로 펼쳐 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울트라고화질(UHD·4K) TV 시장 점유율 합계가 50%에 육박했다(6.9. 시장조사기관 IHS테크놀로지). 올해 1/4분기 전세계 TV 시장에서 UHD 액정표시장치(LCD) TV의 출하량은 작년 동기보다 400% 성장한 470만대에 달했고 UHD 시장의 업체별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2%로 압도적 1위를 달렸다. 삼성이 출하한 전체 TV 중 UHD TV의 비중은 11%다. 이어 LG전자가 점유율 15%로 2위에 올랐다. 3∼5위는 하이센스, 소니, 스카이워스 등 중국·일본 업체가 차지했다.
이렇게 보면 UHD TV는 흡사 시계의 롤렉스, 카메라의 라이카, 럭셔리의 에르메스 샤넬, 구치, 루이비통 쯤 되는 명품 반열에 성큼 오른 듯싶다. 우리 에어컨이 1등하고 반도체 제품이 세계 챔피언 하듯이 튼튼하고 믿음직스럽고 든든한 압도적 리더로 우뚝 올라 선 게 아닌가하고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아쉽게도 안타깝게도 에어컨과 TV는 과가 다른 품목이다. 에어컨에서는 완전한 수위를 점하고 있지만 이제 갓 시장이 열리는 UHD TV에서는 껍데기 기기 부문 반쪽자리로서만 1등이라는 불안한 정상이다. 캔(can) 비즈니스라는 비아냥거림이 아직도 쟁쟁하다. 제 아무리 환상적 초고화질에다 60인치 100인치를 넘는 명품 수상기가 나오고 팔린다 해도 그 비싼 미디어 기기를 다루는 소프트웨어와 화면을 이루는 콘텐츠가 동반되지 못한다면 의미는 반감되게 마련이다. 1등이지만 진정한 챔피언이 아니고 그저 하드웨어 기술력 과시 추가일 뿐이며 영혼이 없는 고가 장식품 일 뿐이라는 시각이 여전하다.
때문에 UHD TV 디바이스, 즉 기기 1위국 한국은 UHD 콘텐츠 신대륙 정복에 정말 유감없이 전력투구해야 한다. 미디어 신대륙에서 콘텐츠를 캐내지 못한다면 그저 그런 반편이, 반쪽자리 기술 입국에 그치고 만다. 기술에 더해 문화창조콘텐츠를 발원하는 융합 비즈니스 모델이라야 삼성, LG도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우리 창조경제도 새 지평을 맞을 수 있다.
그래서 미래창조과학부가 최근 (7월8일) 방송 분야에서 초고화질(UHD)을 비롯한 스마트미디어 등 차세대 방송산업 육성을 위해 산·학·연이 참여하는 'UHD 협의회'를 출범한 것에 벅찬 기대를 걸어 본다. 이 협의회가 다른 무엇보다 새 콘텐츠, 미래 콘텐츠를 연구하고 개발하고 상용화하여 UHD 콘텐츠 한류를 선도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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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 ‘올레드 TV’/사진=LG전자 제공 |
그러려면 UHD 콘텐츠 부문에서 이미 치고 나가 신대륙을 누비고 있는 미국과 일본 개척자들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경쟁관계부터 분석해봐야 한다. 우선 전통 올드미디어 TV 대체재라 부르는 미국 넷플릭스를 정조준 해야 한다. 순수 OTT(over the top : 인터넷과 모바일 영상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직접 서비스하는 비즈니스) 대표주자인 넷플릭스는 최근 UHD 스트리밍 서비스를 본격 가동했다. 이 회사는 자체 제작 드라마 <Orange is the New Black> 시즌 3를 울트라 초고화질 UHD 스트리밍 서비스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월 12달러 정액제 패키지를 내놓았다. 종전의 일반 고화질 서비스 패키지가 7달러니까 무려 5달러를 UHD가 끌어올렸다. 수익모델의 도약이고 넷플릭스로서는 비즈니스 성과의 개가, 미래 미디어 시장을 향한 점프가 아닐 수 없다.
UHD를 지렛대로 넷플릭스가 객 단가를 자그마치 5달러나 올리는 광경을 본 다른 플레이어들은 ‘아차’ 하는 분위기다. 슬슬 몸 풀기 시작했다. 이용자 콘텐츠도 함께 다룬다고 해서 하이브리드 OTT로도 부르는 구글의 유투브도 이에 질세라 UHD를 뜻하는 4K 트레일러(영화 예고편) 서비스를 시작했다. 쇼핑몰 아마존도 이미 콘텐츠 서비스를 들여왔고 Ultra HD 스트리밍 서비스를 한다고 선포했다. 원조 격인 소니는 항상 해오던 대로 워크맨이나 플레이스테이션 기기를 연상시키는 별도 셋톱박스 모양 기기를 발명해 일반 TV 수상기와도 연결 가능한 소니 비디오 언리미티드 서비스로 내세워 UHD 대전에 재입장했다.
스트리밍 서비스만 있는 게 아니다. 게임 포털인 Vimeo는 다운로드 방식으로 UHD 게임 영상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미국 최대 케이블 TV 사업자인 컴캐스트와 위성업체 DirecTV는 삼성전자와 손잡고 스마트 TV와 연동한 UHD 서비스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에 더해 이용자가 직접 올리고 편집, 감상하는 UHD 체험 서비스도 등장했다. 삼성 스마트폰은 “Shoot and Watch Your Own 4K Videos”를 슬로건으로 이용자 참여와 실행, 즉 engagement가 되는 UHD를 내세워 글로벌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활짝 열리고 있는 UHD 시장은 향후 10년 동안 영화만 20조원, 방송은 200조원 규모가 전망될 정도로 뜨겁고 강렬하다. 그러니 때마침 미래부가 조율한 UHD 협의회에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도 참여해 올 하반기 UHD 콘텐츠 서비스 계획을 알리고 공유하면서 뭔가 분위기를 달구고 있는 중이다. 이미 동영상 플랫폼이라는 무지막지하게 큰 시장을 죄다 유투브에 내준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이윽고 독기를 품고 전의를 다지는 듯해 보인다. 미래부 협의회에 선뜻 들어온 삼성과 LG도 우선 90억원 규모 콘텐츠 개발 펀드를 조성해 힘을 합치기로 한 점도 퍽 고무적이다. 논란이 많았던 700MHz 주파수 일부를 방송5개 채널에 분배키로 최근 결정한 것도 UHD 콘텐츠 연구와 개발에 큰 기폭제가 될 터이다.
이렇게까지 산학연관이 대동단결한 미디어 발전 국면은 정말 흔치 않았다. 그만큼 UHD 콘텐츠가 대체 에너지 셰일가스에 견줄 정도로 거대하고 희망적이기 때문이다.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영화, 게임과 협업하여 그야말로 오감 체험 몰입 UHD 콘텐츠를 풍부하게 제공하기만 한다면 거실에서, 손 안에서 개봉 영화를 보고 교실에서 울트라 고화질 디지털 교과서로 즐기며 학습하는 콘텐츠 혁명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
한국이 한 발 앞선 UHD 디지털 한류에 더해 UHD 콘텐츠 한류라는 세계 챔피언 신화를 만들 수 있도록 기왕 산학연관 드림팀으로 출범한 미래부 UHD 협의회가 쾌속 순항하길 바란다. 무엇보다 저 만치 앞서 달리고 있는 UHD TV, 스마트 디바이스 기술에 맞출 수 있는 콘텐츠 연구, 개발과 관련 비즈니스 모델 창안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일이 시급하다.
K POP, K 드라마, K 예능이란 한류 씨앗에 더 얹어 스포츠, 다큐멘터리, 교육방송, 지식콘텐츠, 영화, 게임까지 크게 아우르는 UHD 콘텐츠 한류가 어쩌면 셰일가스 같은 히트작들을 능가하는 신대륙 발견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예사롭지 않은 느낌이 감돈다.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