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성동규 기자]유령법인 수십 개를 세우고 대포통장을 대량 개설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에 유통한 일당과 이들의 대포계좌 개설을 도운 현직 은행원이 재판에 넘겨졌다.

   
▲ 김호삼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 단장이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열린 '보이스피싱 조직 연계 대규모 대포통장 유통조직 적발 브리핑'에서 범죄 사실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은 대포통장 유통 총책 A(52)씨와 조직원, 계좌 개설을 도운 은행원 B(40)씨 등 24명을 적발해 A씨 등 12명을 구속, 나머지는 불구속기소 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들은 2020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유령법인 42개를 설립하고 법인 또는 개인 명의 대포통장 190개를 국내·외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대여해 보이스피싱에 활용하게 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사기방조 등)를 받는다는 게 합수단의 설명이다. 

이들이 대포통장을 빌려주는 대가로 받은 돈은 개당 월 150만∼300만원, 평균 250만원이었다. A씨는 이런 방식으로 최소 11억원의 불법 수익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대포통장 계좌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피해는 현재 피해자가 특정된 액수만 약 14억원, 전체 추정액은 약 62억원에 이른다.

현직 은행원인 B씨는 작년 1∼8월 A씨의 대포통장 개설을 돕고 그 대가로 A씨의 펀드·보험 상품 가입을 유치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를 받는다.

B씨는 불법성을 인식하고도 실존하는 법인인지 확인하지 않고 여러 계좌를 개설해줬을 뿐 아니라 사기 피해 신고로 계좌가 지급정지되면 신고한 피해자 정보를 A씨에게 넘겨줬다.

A씨는 이를 이용해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하며 지급정지를 해제하는 방법으로 지속해서 계좌를 관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가 시작되자 이를 무마해주겠다며 청탁 명목으로 현금 150만원을 받은 브로커 C(61·구속)씨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합수단은 C씨가 돈을 받고 실제로 사건 무마를 시도했는지 계속 수사 중이다. A씨 일당은 대포통장 개설 목적으로 세운 유령법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인 것처럼 속여 38차례에 걸쳐 보조금 8740만원을 가로채기도 했다.

합수단은 일당이 무등록 대부업자에게 대여하는 방식으로 숨긴 범죄수익금 4억원을 추징보전 조치하고 유령법인 16개에 대해 해산 명령을 청구했다.

합수단 관계자는 "출범 이후 수사 과정에서 누적된 보이스피싱 조직 정보를 바탕으로 이들과 연계된 대포통장 유통 조직의 전모를 밝혀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융감독원과 금융회사 등에 법인계좌 설립절차 검증 강화, 계좌 지급정지 이력을 토대로 한 추가계좌 개설 모니터링 등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제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성동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