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증권사 설립 이후 본업보다 주식투자 자본소득으로 성장가도

일성신약 주가 13만원 98년 9월 저점대비 4600% 상승
같은 기간 삼성전자 3300%보다 1300%P 웃돌아

투자회사 의혹 VS 중견 제약업체

[미디어펜=이승혜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부정적인 중소제약사 일성신약의 주가가 삼성전자의 주가상승률을 크게 웃돌아 주목을 끌고 있다.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중소제약사 일성신약이 반대표를 들고 나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일성신약은 연 매출 600억원대 중소업체 제약사로 삼성물산 주식 330만2070주(2.05%)와 제일모직 주식 1414주를 보유 중이다.

일성신약은 최근 합병비율에 문제가 있다며 강한 불만을 털어놓은 바 있다. 이를 통해 일성신약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를 표할 것을 시사하는 셈이다.

중소기업인 일성신약이 대기업인 삼성에 노골적으로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러나 합병의 승부처로 소액주주(24.43%)가 지목돼 합병을 둘러싸고 찬반양측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일성신약이 어느 편의 손을 들어줄 지가 관심거리다.

일성신약은 삼성물산의 주가가 1만1140원이었던 2004년 1월26일부터 투자를 시작, 모두 330만 주를 취득했다. 투자금액은 모두 785억원. 지난 3월말 장부가액이 1961억4300만원에 달한다. 누적 수익률이 250%가 넘는다.

일성신약의 삼성물산 보유주가 총액이 14일 종가(6만7600원) 기준으로 2201억원에 이른다. 불과 석달 여동안 일성신약은 삼성물산 주식투자로 241억원을 추가로 벌어들인 셈이다.

일성신약은 이전에도 주식투자 고수로 입소문을 탔다.KT와 SK, 삼성중공업 등 굵직한 기업체에 투자해 막대한 차익으로 투자수익을 얻었다. 창업주인 윤병강 회장의 동양증권(KDB대우증권의 전신) 창립 이력에서 보듯 주식투자에 정통하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회사의 자산 구성을 보면 제약 영업보다 자본소득 투자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일성신약 1분기 총 자산규모 3773억원 중 과반(54.4%)인 1991억원이 ‘투자자산’으로 나타났다. 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유형자산’은 283억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일성신약이 상대적으로 생존경쟁이 치열한 의약품 생산 대신 주식투자로 수익을 창출, ‘투자회사’로 자리잡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성신약의 탁월한 자본투자 능력은 자사의 주가에 그대로 반영 중이다. 일성신약의 주가는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98년 9월 최저점인 2825원에서 11일 현재 13만원을 기록 중이다. 저점 대비 상승률은 4600%에 달한다.

   
▲ 일성신약은 본업 보다 자본소득, 즉 주식투자로 성장한 제약회사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자본소득에 정통한 일성신약의 주가(좌측 그래프)는 98년 9월 최저점 대비 4500% 상승했다.반면 삼성전자 주가는 현재 122만원으로 당시보다 3300% 올랐다.

11일 현재 122만원인 삼성전자의 주가가 당시 3만720만원으로 상승률이 3300%에 이른 점을 감안할 때 당시 일반투자자가 삼성전자가 아닌 일성신약의 주식을 샀다면 삼성전자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는 얘기다.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일성신약이 업계에서 매출은 작으나 제약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린다. 지난 1954년 설립 후 항생제 분야에 특화된 제약사로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페니실린 생산시설을 완비했다. 이를 통해 제네릭 제품은 물론이고 오리지널 제품의 품질 보증도 인정받고 있다.

일성신약은 마취제·조영제·심혈관계 및 내분비계 의약품 출시에도 주력해 향후 3~4년 단기 매출 목표 달성을 노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의약산업으로 한국제약협회에도 정식 가입됐다.

더불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기승을 부릴 때 일성신약이 개발한 항바이러스제 ‘리바비린’이 메르스 대증요법(질병을 치료하지는 못하나 증상을 완화시키는 방법)에 사용된다는 소식에  주가가 10% 이상 오르기도 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일성신약이 2004년부터 11년간 삼성물산에 투자해왔다”며 “삼성물산의 잠재가치에 주목, 회사차원에서 투자해온 상황에서 예측불허의 갑작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라고 말했다.

이어 “일성신약이 삼성물산 건으로 투자회사처럼 비춰지고 있다”며 “전문약 생산을 소홀히 하는 곳은 아니며 의약품 생산시설을 모두 갖추고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일성신약의 윤석근 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합병비율에 문제가 있다는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의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이들과 연대할 생각은 없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