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기업인 특별사면 가능성 촉각
최태원의 SK '갈망' 김승연의 한화 '조심'
[미디어펜=김세헌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광복 70주년을 맞아 특별사면 시행 방침을 밝히면서, 이번 특사의 최대 관심사인 기업인에 대한 사면이 이뤄질지에 재계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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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올해는 광복 7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라며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을 이루기 위해서 사면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청와대 홈페이지 |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사면권 제한 원칙을 엄격하게 준수해왔다. 하지만 최근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와 그리스 재정위기 등으로 대내·외적 경제 여건이 어렵고 국가 통합을 실천하는 차원에서 이번엔 이런 원칙을 깨고 지위고하를 떠난 포괄적인 사면을 단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9일 30대 기업 사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실질적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기업인들이 현장에서 다시 경제에 기여할 기회를 주기를 간곡히 호소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시기적으로 보면 박 대통령의 특사방침 천명은 이들 경제인의 요구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전경련이 기업인 사면요청을 내놓은 이날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기업인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살리기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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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
재계의 공동성명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재현 CJ 회장, 구본상 LIG넥스원 전 부회장 등을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기업인 외에 집예유예가 확정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사면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그룹은 박 대통령의 사면검토 지시을 내심 반기면서도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한 채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먼저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부재로 수조원의 투자가 필요한 대규모 인수합병 프로젝트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하는 한계를 절감하며 최 회장의 복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의 장기간 경영 공백으로 회사가 매우 힘든 상황"이라며 "경제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총체적인 노력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최태원 회장은 횡령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2013년 1월 말부터 복역중이다. 가석방은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을 선고받고 형기의 3분의 1을 채운 모범 수형자가 대상이다. 때문에 최태원 회장은 가석방 요건을 이미 갖췄다.
일각에선 수감생활을 하며 옥중경영을 펼치고 있는 최태원 회장의 사면 여부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현재 집행유예 중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사면에 이목이 쏠리고 있는 상황.
김승연 회장은 지난해 2월 대법원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확정받아 10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경영일선으로 돌아왔다.
김승연 회장은 이후 삼성그룹의 방위산업 부문 계열사인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인수하면서 특유의 결정력을 보여줬다는 평이 보편적이다.
최근엔 재계 순위에 앞섰던 롯데·SK뿐만 아니라 유통재벌인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을 제치고 미래먹거리인 서울시내면세점 사업권을 손을 넣어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가다.
김승연 회장은 이번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유치전에서 스스로 결정하고 보이지 않은 곳에서 대폭적인 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면세점 입찰심사과정에서 짧은 기간 제주공항 면세점의 흑자 달성을 기록한 갤러리아의 경영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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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
또 다른 일각에선 이번 광복절 특사에 경제인 등이 포함될지는 사실상 여론에 달렸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른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이번 사면에도 기업인은 포함되지 않거나 국민들이 납득하는 일부 기업인만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러한 이유에선지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사면 여부와 관련해 화색을 보이고 있지만, 여론과 정치권을 의식한 듯 말을 아끼면서 뚜렷한 입장 표명에 나서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제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는 기업의 적극적인 경영에서 나온다"면서 "수감 중인 기업인의 과오를 간과해선 안되지만 지금처럼 투자와 경제회복의 골든타임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기업인의 발목을 계속 잡아서는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기업을 최전방에서 이끌고 있는 경영인이 미래를 위해 과감하게 씨앗을 뿌리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기업인들이 위축되면 공격적인 경영과 투자확대, 신규사원 채용 등이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수감 중인 기업인들이 특사에 포함된다면 현재와 같은 경제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