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일가 소유 토지 쪽으로 난 수도권 제2고속도로 나들목 '의혹'
‘경제성 부족’ 불발됐던 두물머리나들목…文 정부 출범 후 설치 속도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으로 정치권이 시끄러운 가운데, 경기도 양평이 포함된 경기 북부 지역 또 다른 고속도로인 수도권제2고속도로(화도-양평 구간)에 위치한 나들목(IC) 인근에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일가가 보유한 건물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 또 다른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미디어펜 취재에 따르면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나들목은 화도-양평 고속도로 구간의 ‘두물머리나들목’이다. 해당 나들목은 화도-양평 고속도로 ‘예비타당성 조사(2011년)’ 및 ‘타당성 조사(2012년)’ 등 당초 사업 계획에는 반영되지 못했다. 

당시 기획재정부 및 관련 기관은 두물머리 나들목을 사업 계획에 포함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경제성 부족’을 근거로 들었다.

   
▲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 가족 명의의 건물이 두물머리나들목 진출입로 약 300m 부근에 위치한 것으로 확인된다./사진=네이버 지도 캡처

강대식(국민의힘‧국토교통위)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7월 양평군으로부터 두물머리 나들목 설치 요구를 받은 국토교통부(당시 국토해양부)는 관계 기관과 함께 적절성 여부를 검토했으나 ‘지형 여건 및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이를 반영하지 않은 채 2014년 5월 화도-양평 고속도로 건설 공사를 착공했다.

이에 양평군은 2014년 9월 화도-양평 고속도로가 완공되기 전 두물머리 나들목을 설치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이 또한 ‘교통 수요 및 경제성 부족’으로 설치 당위성 확보에 실패했다.

양평군이 (주)내경엔지니어링에 의뢰한 ‘두물머리 나들목 설치 타당성 조사’에 따르면 경제성 분석(B/C) 결과는 최대치 0.449, 최소치 0.058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기 위한 B/C값인 1을 넘기지 못했다. 두물머리 나들목의 경제성이 예타 통과 최소 요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 한국도로공사와 양평군, 그리고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실이 작성한 화도-양평 고속도로 예비타당성 조사가 실시된 2011년부터 두물머리나들목 설치 협약이 이뤄진 2018년까지의 일지./자료 정리 요약=미디어펜


이에 당시 지역 언론 및 정가에서는 두물머리 나들목 설치에 대해 ‘불가능한 사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이루어질 수 없는 사업으로 여겨지던 두물머리 나들목은 2017년 전환점을 맞는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직후다.

한국도로공사는 2017년 8월 두물머리 나들목 건설에 긍정적 입장을 보인 것으로 확인된다. 전임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됐던 김학송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사임하고 문 대통령의 대선 캠프 출신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사의재 상임대표)이 임명된 지 한 달여 만이다.

   
▲ 양평군 건설과가 2018년 작성한 '화도-양평 고속도로 구간 서양평(IC) 설치 추진계획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두물머리나들목 설치 사업은 오랜 기간 경제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던 것으로 확인된다./자료 강대식 의원실 제공

한국도로공사가 두물머리 나들목 설치에 긍정적 입장을 보임에 따라 양평군은 2017년 8월 사업을 재추진하게 된다. 5년에 걸친 지역 주민 숙원사업을 이뤄내겠다는 이유다.

당시 양평군은 서울 방향으로만 비상진출입이용 IC를 개설하는 것으로 계획서를 작성. 국토부와 협의를 추진했다. 양방향 IC를 설치할 경우 경제성 부족으로 예타를 통과할 수 없어 예타를 받지 않는 비상진출입로 방식으로 우회를 시도한 것이다.

실제 당시 국민의힘 소속으로 3선 양평 군수이던 국민의힘 김선교 전 의원는 주민간담회에서 “양방향 나들목 설치는 군이 비용을 전액 부담한다 해도 기획재정부의 사업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절차적·재정적 어려움이 있다”라며 양방향 나들목을 사실상 불가능한 사업이라고 설명하고 서울 방향으로만 비상진출입이용IC를 추진하기로 주민들을 설득했다. 

   
▲ 양평군 건설과가 2018년 작성한 '화도-양평 고속도로 구간 서양평(IC) 설치 추진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두물머리나들목 설치 사업 계획 변경 과정에서 박능후 전 장관 일가 소유 건물 인근으로 기존과 달리 양방향 나들목 설치가 검토된 것으로 확인된다./자료 강대식 의원실 제공


하지만 2017년 9월 국토부는 이 또한 수용하지 않는다. 이에 양평군과 도로공사는 두물머리 나들목 설치에 대한 추가 의견 조회를 하고, 2018년 2월 양평군이 도로공사 측에 두물머리 나들목 설치 타당성을 재검토한 새로운 계획안을 제시한다. B/C값 1.033. 예비 타당성 통과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계획안이다.

문제는 새 계획안에 따르면 나들목 진출입로가 기존과 달리 박 전 장관 일가가 소유한 건물 인근에 양방향으로 변경된다는 것이다. 두물머리 나들목에 ‘박능후 나들목’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더불어 2018년 4월 도로공사가 B/C값을 재산출한 것에 따르면 해당 계획안의 B/C값은 0.87로 예비 타당성을 통과할 수 없는 조건인 것이 추가 확인된다. 이에 양평군은 경제성 확보 범위 초과분(23억 원)을 분담하는 것을 조건으로 두물머리 나들목 설치를 조건부 승인받게 된다.

1997년 이후 현재까지 IC 공사 중 지자체 요청으로 계획에 미반영 됐던 IC가 추가로 설치된 사례는 총 7건이다. 이중 두물머리 나들목은 B/C값이 미달됐음에도 조건부로 설치된 이례적 사례로 특혜 의혹이 제기된다. 

   
▲ 한국도로공사가 강대식(국민의힘·국토교통위)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997년 이후 지자체 요청으로 계획에 미반영 됐던 IC가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조건부 승인된 사례는 이례적인 것으로 확인된다./자료 강대식 의원실 제공


국토부 ‘고속국도 IC 추가 설치 기준 및 운영 등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하이패스 IC가 설치되기 위한 요건으로 ‘경제적 타당성이 극대화되도록 하여야 한다’ 및 ‘고속국도 본선에 직접 연결하여 설치하는 경우 경제적 타당성이 확보(B/C≥1)되어야 한다’는 등의 단서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런 의혹 제기에 대해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그런 말이 나올 것 같기는 했다"며 이미 의혹 제기를 예상한 듯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특혜를 받았다는 것에 대해) 전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부인하며 “관련된 사실 자체를 몰랐고 공사가 진행된 이후에 뭐가 생기나 보다. 도로가 생기나 보다 그렇게만 생각했다”라며 제기된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최근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 일가에 대한 특혜 의혹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고, 또 민주당 측 인사들의 특혜 의혹으로 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임 정부와 관련한 또 다른 특혜 의혹이 될 것으로 보여 이른 이른바 '고속도로 게이트'의 소용돌이를 예고하고 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