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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우 기자 |
종이접기 달인 김영만 아저씨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한 이후 반향이 심상찮다. 추억에 젖은 시청자들의 시청소감은 물론이고 과거 김영만 아저씨와 함께 찍은 사진 ‘인증’이 SNS에 쇄도하고 있다. “이젠 어른이 됐으니 잘 따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김영만 아저씨의 한 마디가 ‘김영만 명언집’으로 인터넷에서 공유되고 있기도 하다.
일련의 반응은 분명 단순한 반가움을 넘어서 있는 것 같다. 한 마디로 ‘눈물겨운 느낌’이다. 실제로도 방송을 보면서 울었다는 사람들이 많다. 2030 시청자들은 왜 방송을 보며 눈물까지 흘렸을까?
김영만 아저씨가 1988년부터 출연한 KBS ‘TV유치원 하나둘셋’과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카메라 구도는 똑같다. 김영만 아저씨가 시청자들을 1:1로 마주 대하는 느낌이다. 어찌 보면 김영만 아저씨는 25년 전부터 자기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진행해 왔던 셈이다.
무척 오랜만에 다시 카메라 앞으로 돌아온 아저씨는 예전보다 확실히 나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다정다감한 말투와 특유의 사려 깊음은 여전했다.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채팅창 반응에 대해서도 재치 있고 순발력 있게 응대했다. 그의 명언(名言)들도 이 과정에서 나온 것들이다.
“예전엔 나는 쉽고 여러분들이 어려워했지만,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잘 따라할 수 있을 거예요.”
“여러분들 어렸을 땐 눈, 코 색 아무런 말이 없었는데, 여러분 이제 다 컸구나.”
“환갑이신 어머니께 ‘테이프 좀 붙여 주세요’ 해보세요. 얼마나 좋아하시겠어요.”
물론 마지막 명언에 대해서는 이의가 생길 수 있다. 장성한 아들·딸이 집에서 놀면서 환갑인 어머니에게 다가가서 종이접기 하는 모습을 보여줘도 되느냐의 문제. 방송 중엔 농담처럼 얘기하고 넘어갔지만 사실 바로 이 부분이 포인트다. 김영만 아저씨를 알고 있는 시청자 상당수가 현재 이런저런 이유로 부모님과 서먹서먹한 상태라는 점은 ‘슬프지만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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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만 아저씨는 어느 날 홀연히 돌아와 한때의 추억을 상기시켜 주며 다시 한 번 손끝의 마법을 보여줬던 것이다. 마치 우리의 미래도 그렇게 손끝에서부터 만들어 가면 된다는 듯이. /사진=MBC 화면캡쳐 |
과거엔 이렇지 않았다. 2030이 김영만 아저씨를 바라보며 감상에 젖는 이유는 아저씨의 종이접기를 보며 감탄하던 옛 시절이 우리들의 화양연화(花樣年華)라는 사실을 이제 알기 때문이다. 인생은 그 이래로 계속 어려워져 왔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정신 차려보니 이제 나 자신이 곧 김영만 아저씨 나이가 된다. 나는 아저씨 나이에 꼬마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나 자신에게도 꿈과 희망을 주지 못해 답답한 날들이 많은데….
뭐 이런 식의 느낌들을 품고 있던 차에 고(高)시청률 소식을 들은 아저씨가 눈물을 흘리시니 시청자들도 함께 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추억 마케팅’은 중년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거라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좋았던 과거를 가지고 있는 그 누구에게라도 추억 마케팅은 가능하다. 인생은 대부분 나이 들면 들수록 힘들어지는 ‘고난의 크레센도’ 방식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특히나 지금의 2030은 낮은 취업률, 줄어든 계층 간 이동, 활력을 잃어버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살기가 만만찮은 상태다. 당연히 과거-현재의 행복 격차도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
‘인생은 원래 그런 거야’ ‘좀 더 노력해봐’라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한 인생의 어떤 질곡들. 아무도 “자, 아저씨는 미리 준비해왔어요”라고 말해주지 않는 나날들. 한동안 잊고 있었던 김영만 아저씨는 어느 날 홀연히 그 사이 어디쯤으로 찾아와 한때의 추억을 상기시켜 주며 다시 한 번 손끝의 마법을 보여줬던 것이다. 마치 우리의 미래도 그렇게 손끝에서부터 만들어 가면 된다는 듯이.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