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금리 격차, 새마을금고 사태 시장금리 반영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3.50%로 4연속 동결했지만 최근 은행권이 판매 중인 주택담보대출의 상단금리가 연 7.00%를 목전에 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이달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시장금리를 자극하는 가운데, 새마을금고의 채권 대량 매도가 일시적 금리 급등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8일 은행권 및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등에 따르면 은행권 대출금리의 준거금리로 활용되는 은행채(금융채) 금리가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3.50%로 4연속 동결했지만 최근 은행권이 판매 중인 주택담보대출의 상단금리가 연 7.00%를 목전에 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김상문 기자


고정금리(혼합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준거금리로 활용되는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기준) 평균금리(신용평가사 5사 평균)는 지난 17일 4.204%를 기록했다. 직전거래일(14일) 4.224% 대비 약 0.020%포인트(p) 하락했지만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4월 10일 3.810%에 견주면 약 0.394%p 높다. 

5년물 금리는 이달들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3일 4.185%를 시작으로 4~6일 4.2%대를 보였고, 7일 4.33%에 이어 10일에는 4.405%까지 치솟았다. 지난 3월 9일 4.446% 이후 최고치다. 10일을 기점으로 5년물 금리가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시장은 각종 변수를 고려해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주요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주담대 혼합(고정)금리는 이날 현재 연 3.98~5.87%를 형성하고 있다.

신용대출의 준거금리로 활용되는 '은행채 6개월물'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날 6개월물(무보증·AAA기준) 평균금리는 3.808%로 14일 3.811% 대비 약 0.003%p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0일까지 6개월물 금리는 연일 상승곡선을 그리며 3.875%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 1월 16일 3.896% 이후 최고치다. 

이에 5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6개월 만기)는 이날 현재 연 4.42~6.29%를 나타내고 있다.

신규 코픽스를 준거금리로 삼는 주담대 변동금리도 요동치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전날 6월 신규취급액 기준 자금조달비용지수(코픽스·COFIX)가 3.70%로 전월 3.56% 대비 0.14%포인트(p) 상승했다고 밝혔다. 2개월 연속 상승세다. 

코픽스 상승으로 은행권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이날 연 4.35~6.972%로 상향 조정됐다. 상단금리가 6%를 너머 7% 돌파를 앞둔 반면, 하단금리는 최저 연 4%대부터 시작하게 됐다. 신규 코픽스는 주담대 변동금리의 준거금리로 활용되는데, 은행들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과 은행채를 반영한다. 

이처럼 은행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대출금리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새마을금고 사태'라는 미시적 요인에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라는 거시적 요인이 겹친 데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최근 뱅크런(대규모 현금인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보유채권을 매도하는 식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섰는데, 시장금리에 즉각적인 악영향을 줬다. 금투협에 따르면 이달 3~11일 7영업일간 종금·상호금융업권의 채권 매도액은 4조 7069억원에 달했는데, 이는 지난달 전체 매도액 1조 656억원 대비 약 3조 6413억원 많다. 

한 은행 관계자는 "최근의 대출금리 인상은 새마을금고 사태로 시장금리가 올라간 영향이 크다"며 "보유채권을 엄청나게 팔면서 가격이 그만큼 하락하니 시장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더 큰 문제는 '미국과의 금리격차'다. 시장은 미 연준이 오는 25~26일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p(베이비스텝) 인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동안 연준이 급진적인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추가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지만, 연준은 올 연말까지 금리인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구두 시그널을 내보내고 있다. '금리인상 정점론'을 점치기 어려운 이유다. 현재 한미 간 금리격차는 1.75%p로, 연준이 베이비스텝을 단행하면 격차는 2%p까지 벌어진다. 

한 관계자는 "미 연준이 금리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을 꽤 잡으면서 금리를 내리고 싶어하는 상황일 텐데, 금리를 올린 만큼 유동성을 죄는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를 실제 올리기에는 부담스럽다보니 금리인상과 비슷한 효과를 내기 위해 인상 가능성을 거듭 강조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어 "미국 금리는 사실상 최고점에 다다랐다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단기간에 많이 올랐는데, 한국은 아직 올릴 여력이 많다. 미국이 한 번 더 금리를 올린 후 0.5%p씩 내려도 (금리 격차로 인해) 한은은 더 올려야 할 수도 있다"며 "미국과의 금리격차가 좁혀지면 그때 (한은이) 내릴지언정 지금은 올려야 한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이달 일시적 대출금리 인상은 새마을금고 사태가 큰 영향을 줬지만, 오래전부터 한미 간 금리격차가 대출금리 인상의 밑바탕이 된 셈이다. 향후 대출금리도 미국과의 금리격차에 달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금융당국의 유동성 규제 정상화 여파는 제한적인 것으로 내다봤다. 당국이 지난해부터 2.5%p씩 정상화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한 데다, 은행들이 기준치 이상으로 사전에 유동성을 확보해놓은 까닭이다. 

한편 고금리 기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 관계자는 "당분간은 (대출금리가) 현 수준보다 좀 더 올라갈 것으로 본다"며 "적어도 이번 분기까지는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다른 관계자는 "올해는 현 수준을 유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부동산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고 금융시장 전반에 리스크요인이 많아 대출금리에 끼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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