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국내 상장사가 경영권에 대한 위협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1800개 상장회사를 대표하는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공동으로 ‘공정한 경영권 경쟁 환경조성을 위한 상장회사 호소문’을 15일 발표했다.

양 협회는 상장회사들이 자본시장 진입과 동시에 지분분산과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주식거래로 상시적인 경영권 위험에 놓이게 돼 경영권 방어수단의 활용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또 현행 우리나라의 M&A 법제가 공격자에겐 한 없이 유리하고 방어자에겐 매우 불리하게 돼 있어,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 봐도 매우 불공정해 적대적 M&A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M&A 관련 법제는 IMF 이후 ‘외국인의 국내기업 주식취득한도 폐지’, ‘의무공개매수제도 폐지’등 경영권 공격자에 대한 규제는 모두 폐지해온 반면, ‘상호출자제한제도’, ‘계열금융회사의 의결권 제한제도’ 등을 신설해 경영권 방어자에 대한 규제는 더욱 강화시켜 왔다.

양 협회는 지난 2003년 SK에 대한 소버린의 공격을 시작으로 KT&G에 대한 칼아이칸의 공격 등 국내 기업에 대한 투기성 헤지펀드의 공격이 계속돼 왔고, 현재 국내 최대 그룹인 삼성그룹마저 공격을 당하고 있다며, 이제는 1800개 상장회사 모두가 거대한 투기성 헤지펀드의 적대적 M&A에 놓여진 위기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구용 상장협 회장은 “상장사 1800개사 중 대주주가 지분 비율이 33% 미만이고, 외국인 비율이 10% 이상인 기업은 134개사로 전체의 7.36% 수준이다”이라며 “7.36%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중소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경영권 방어수단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적대적 M&A 위협을 막아내기 위해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2006년 칼아이칸의 공격을 받았던 KT&G는 2003년부터 매년 기업지배구조 모범기업상을 받은 기업이라며, 투기성 헤지펀드는 기업지배구조의 건전성 여부를 불문하고 ‘먹을 것이 있는 모든 곳을 공격’하고 있다고 했다.

또 투기성 헤지펀드는 단기간에 이익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과도한 구조조정 요구, 유상감자나 비정상적인 고배당 요구 등 기업의 정상적인 성장을 저해하여 결과적으로 소액주주의 피해와 거액의 국부유출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과거 SK와 KT&G의 경우 수천억원의 국부유출이 있었으며, 최근에는 엘리엇이 삼성물산 보유 주식의 현물배당 등을 요구하며 삼성물산은 물론 삼성그룹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경영권 방어법제의 공정성 확보를 통해 기업이 안정된 경영권 기반하에서 정상적인 기업경영에 전념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조성이 필요하다”며,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 필), 차등의결권제도와 같은 효율적인 경영권 방어 수단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공정거래법 상 상호출자금지,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행사 제한 제도도 적대적 M&A 상황에서는 규제를 완화하여 이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양 협회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공정한 경영권 경쟁 환경조성을 위한 개선 의견서’와 법률개정안을 국회와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