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DB대우증권 건물 전경./사진=대우증권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매각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KDB대우증권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대우증권의 인수를 통해 초대형 증권사가 탄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 등에 따르면 시틱그룹의 금융 계열사이자 중국 1위 증권사인 중신증권은 최근 국내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대우증권 인수에 관한 자문계약을 논의하고 있다. 시틱그룹은 중국의 안방보험이 동양생명보험을 사는 데 성공하고 대만의 유안타그룹이 동양증권을 인수해 좋은 실적을 내기 시작하면서 대우증권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틱그룹의 총자산은 지난해 4조2997억 위안(약 764조원) 수준으로 삼성(331조원)의 2배가 넘는다. 시틱그룹은 한국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틱그룹의 대표계열사인 중신증권은 지난 3월 삼성증권과 전략적 업무제휴를 맺기도 했다.

중신증권은 지난해 매출액은 291억9800만 위안(약 5조3500억원), 순이익은 113억3700만 위안(약 2조800억원)에 달한 중국 1위 증권사다. 또 앞서 시틱그룹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대우증권은 지난 1분기말 기준 자기자본(4조1577억원)과 자산규모 2위(33조9152억)로 국내에선 NH투자증권에 이어 업계 2위다. 산업은행이 내놓을 경영권 지분 43%의 가치는 시가로 2조원이 넘고 프리미엄이 더해질 경우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인수자로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이에 신한금융지주는 일찌감치 대우증권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인수가가 치솟으면서 KB금융지주 외에는 뚜렷한 인수후보조차 거론되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KB금융지주마저도 최근 증권업황의 호조로 대우증권의 주가가 치솟으면서 인수가가 껑충 뛰자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진다. 15일 대우증권의 종가는 1만5750원으로 올 초 1만원을 밑돌던 것에 비하면 50%이상 가격이 올랐다.

하지만 넉넉한 자산을 보유한 시틱그룹으로써는 한국진출의 교두보 마련을 위해 3조원에 대우증권을 인수하는 것이 크게 부담스러운 투자는 아닐 수 있다. 여기에 한국금융지주까지 대우증권 인수전에 뛰어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금융지주내 전략 기획 부서에서 최근 대우증권 인수와 관련한 검토 시너지 등 사전조사에 나선 것.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자기자본(3조1500억)과 자산규모(26조1500억원)가 증권업계 4위 수준이다. 대우증권을 인수할 경우 자기자본 7조원이 넘는 초대형 증권사로 도약할 수 있어 금융투자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대증권 매각이 아직 마무리 되지 않아서 매각 절차에 대해 결정된 것이 없는 데 사겠다는 쪽이 많아 당혹스럽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우증권은 지난달 말 이미 100여명의 희망퇴직 대상자를 선정하는 등 매각을 염두에 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편,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통상 지주내 전략기획부서에선 M&A 매물이 나오면 분석하는 업무를 담당한다”며 “동종업계 경쟁자인 대우증권이 매물로 나오면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