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 1분기 대출잔액 순증 주도…금융권 연체율 2% 돌파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올해 1분기 금융권 PF 대출잔액이 13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3개월 만에 1조 3000억원이 늘어난 셈인데, 은행권과 증권업계에서 대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아울러 PF 대출연체율은 2%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는 모습이다.

20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확보한 '1분기 금융업권별 부동산PF 건전성 진단'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현재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131조 6000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 130조 3000억원 대비 1조 3000억원 순증했다. 

   
▲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올해 1분기 금융권 PF 대출잔액이 13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김상문 기자

대출잔액은 지난 2020년 말 92조 5000억원에 그쳤지만 이듬해 112조 9000억원, 지난해 130조 3000억원까지 치솟았다. 

PF대출 리스크가 수면 위로 오르면서 대출잔액이 많았던 보험·여신전문사·저축은행 등이 대출 최소화에 나섰지만, 은행권과 증권업계의 대출이 늘어나면서 증가세는 이어지는 모습이다. 

대출잔액을 업권별로 살펴보면 은행권이 3월 말 41조 700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말 39조 4000억원 대비 2조 2000억원 순증했다. 금융권 중 대출잔액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증권가도 전분기보다 8000억원 순증한 5조 30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대출잔액 1위인 보험업계가 전분기보다 4000억원 줄어든 43조 9000억원을 기록했고, 여전사가 7000억원 줄어든 26조 1000억원, 저축은행이 4000억원 줄어든 10조 1000억원, 상호금융이 3000억원 줄어든 4조 5000억원 등을 기록했다. 

대출잔액보다 우려스러운 건 업계 연체율이다. 금융권의 1분기 PF대출 연체율은 2.01%로 지난해 말 1.19% 대비 0.82%포인트(p) 상승했다. 지난 2021년 말 0.37%에 불과할 정도로 다소 양호한 모습을 보인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이는 지난해 부동산 시장 침체로 자금 회수에 문제가 생긴 부동산 PF 사업장이 대거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연체율 16%를 목전에 두고 있는 증권가를 비롯해 전 업권이 대출 축소에도 연체율이 일제히 상승했다. 

증권가의 대출 연체율은 5.50%p 상승한 15.88%, 여전사는 1.99%p 상승한 4.20%, 저축은행은 2.02%p 상승한 4.07%, 보험업계는 0.06%p 상승한 0.66%, 상호금융은 0.01%p 상승한 0.10%를 각각 기록했다. 반면 은행권은 대출 확대에도 불구 유일하게 연체율이 종전 0.01%에서 0%로 회복됐다.

이처럼 부동산 PF 대출 부실화가 확대되면서, 금융당국도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당국은 지난 4월 말 재가동한 PF 대주단 협약에 따라, 부실·부실우려 사업장 91개사 중 66개사에 대출 만기를 연장하는 한편, 신규자금을 수혈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이날 10개 증권사 최고리스크담당자(CRO) 및 IB담당 임원을 소집해 '증권사 부동산 익스포져 리스크 관리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를 주재한 황선오 금감원 부원장보는 "증권사 PF대출 연체율은 금융권 내 가장 높은 수준이다"며 "과도한 수준의 연체율이 지속될 경우 증권업계 전체에 대한 평판이 약화되면서, 자금조달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돼 자산건전성을 추정손실로 분류한 부실채권에 대해서는 조속히 상각해달라"며 "사업성이 크게 저하돼 부실이 우려되는 PF대출에 대해서는 외부 매각이나 재구조화 등을 통해 신속히 정리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고 부연했다.

또 "부동산 익스포져 추가부실 발생에 대비해 손실흡수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해달라"며 "사업 진행이 불투명한 브릿지론에 대해서는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국 차원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황 부원장보는 "만기연장 등 특이 동향에 대해서 일일 모니터링하는 한편, 충당금 설정, 부동산 익스포져 평가의 적정성 등을 수시로 점검하겠다"며 "리스크관리가 취약한 증권사에 대해서는 별도 관리방안을 제출하도록 해 점검하고, 최고경영자(CEO) 개별 면담을 실시하는 등 집중적으로 관리해 나갈 예정이다"고 예고했다.

이 외에도 당국은 오는 9월께 '부동산 PF 사업장 정상화 지원 펀드'를 본격 출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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