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전승절’로 기념하는 한국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기해 중국과 러시아의 고위급 대표단이 모두 기념행사에 참석하면서 ‘북중러 연대’를 과시할 전망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6일 러시아의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상이 전날인 25일 평양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강순남 국방상과 정경택 군 총정치국장, 박수일 군 총참모장, 임천일 외무성 부상 등이 영접했다. 쇼이구 국방상은 강순남 국방상과 함께 북한군 위병대를 사열했다.
중국의 리훙중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우리나라 국회 부의장에 해당·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도 26일 평양에 도착할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북한의 기념행사에 외국 인사가 참석하는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이다. 중국에선 지난 2018년 북한정권수립일인 9.9절에 리잔수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이 참석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러시아의 정부인사가 북한의 기념행사에 참석한 사례는 거의 없는 만큼 이번 전승절 행사에 러시아 국방상의 참석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2018년과 2019년에 러시아의 외무장관 또는 극동개발부 장관 등이 방북한 사례는 있으나 군부인사의 방북은 지난 2019년 7월 알렉산드르 포민 국방차관 이후 4년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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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상을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군사대표단이 전날인 25일 밤에 평양에 도착했다고 노동신문이 26일 보도했다.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강순남 북한 국방상과 악수하고 있다. 2023.7.26./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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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이구 국방상은 이번에 25~27일 사흘동안 평양에 머물 것이라고 러시아 국방부가 밝혔다. 따라서 그는 북한의 열병식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국방상의 이번 방북은 핵개발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고립이 심화되고 있는 북한과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 간 이해관계가 부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전쟁 이후 북한은 수차례에 걸쳐 러시아를 지지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피력해왔다. 따라서 쇼이구 국방상이 특별히 전승절을 기해 북한을 방문한 것은 이에 대한 호응 조치로 봐야 한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박병환 전 주러시아 공사(유라시아전략연구소 소장)는 “러시아 국방상의 북한 방문은 우리 안보환경을 더욱 나쁘게 만들 가능성을 높였다”면서 “그동안 북러 간 우호협력조약은 북중 간 조약보다 훨씬 느슨한 형태였지만 (앞으로) 한국과 러시아 관계가 더 안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사실 과거 러시아는 김영삼정부 시절 북러 간 동맹조약을 폐기할 정도로 한국에 우호적이었다. 그런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000년 러시아의 역대 최고지도자로서 처음 방북하면서 양국간 새로운 우호협력조약이 체결됐고, 사실상 러시아는 남북한에 대해 ‘등거리 외교’ 입장으로 돌아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중 관계에 비해 북러 관계는 느슨했다고 볼 수 있으나 우크라이나전쟁을 계기로 러시아가 북한에 쏠림 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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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평남 회창군에 있는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능원을 찾아 참전 중국군을 기렸다고 노동신문이 26일 보도했다. 2023.7.26./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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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환 전 공사는 “대북 문제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은 결코 같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우크라이나전쟁을 계기로 우리는 대러 제재에 동참했고, 북한은 수차례 지지 입장을 나타낸 것이 결국 러시아의 입장에 변화를 불러 왔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러시아 국방상의 이번 방북은 장기화되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대비해 북한의 군사 협력을 담보해놓기 위한 차원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명확하게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북한이 러시아의 바그너그룹에 무기를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왔다.
특히 중국과 함께 러시아는 북한의 장거리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도 불구하고 유엔 안보리에서 추가 대북제재 결의를 추진하는데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이번에 우크라전쟁을 지휘하는 쇼이구 국방상이 직접 방북한 만큼 양국간 무기거래가 구체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미국 국무부가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에 대해 두 나라가 북한의 안보 위협을 중단하도록 역할을 해 달라고 촉구했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부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우리는 여러차례 중러가 안보리를 포함해 북한의 불법적인 위협고조 행위 중단을 설득하기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며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게 만드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 외교부도 25일 중러 대표단의 북한 방문에 대해 “중북·러북 관계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며 “정부는 중북 간 교류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 관련 사안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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