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서 규정된 품질관리 업무만 수행해도 부실시공 예방 가능
부실한 품질관리 기조 탓에 사고 잇따르는 것 아니냐 지적도
[미디어펜=성동규 기자]최근 잇따르는 금호건설 현장의 안전 사고가 사실상 예고됐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부실 공사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현장에 품질시험실과 관련 인력을 갖추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음에도 금호건설이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벌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는 시공능력평가 상위 20대 건설사 중 유일하다.

   
▲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금호건설이 시공한 미호천교 다리 밑 임시제방./사진=서동영 기자


26일 미디어펜이 최근 2년간 건설사들의 벌점 현황을 확인 결과, 금호건설은 2021년 한국도로공사로부터 건설공사현장 안전관리대책의 소홀로, 지난해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시험실의 규모·시험장비 또는 건설기술자 확보의 미흡'으로 각각 벌점을 받았다.

합산벌점은 0.72점으로 20대 건설사 중 중흥토건(1.12점), 삼성물산(0.75점)에 이어 세 번째로 부실시공으로 벌점이 높았다. 부실벌점 부과횟수와 벌점은 건설업체의 부실시공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일정 점수 이상 벌점이 누적되면 공공발주 건설공사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에서 감점이나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받게 된다.

현재 국토부는 벌점에 따라 △1점 이상 2점 미만(0.2점) △2점 이상 5점 미만(0.5점) △5점 이상 10점 미만(1점) △10점 이상 15점 미만(2점) △15점 이상 20점 미만(3점) △20점 이상(5점)이 감점되며 그 이상부터는 최대 2년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 부실시공 막기 위한 '품질 관리' 미흡 벌점

벌점이 높다는 것도 문제지만 '시험실의 규모·시험장비 또는 건설기술자 확보의 미흡'으로 벌점을 받은 건설사가 금호건설이 유일하다는 게 더욱 눈에 띈다.

건설기술진흥법에는 건설공사 품질관리를 위한 시설 및 건설기술인 배치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장 규모에 맞춰 관련 전문인력을 배치하고 현장 품질관리(시험)계획을 수립·시행하고 공사 현장 품질점검과 조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콘크리트 강도를 비롯해 철근, 목재 등 각종 건축 자재가 적격품인 여부를 확인하고 부적합 제품 또는 공정에 대해 지도 관리해야 한다. 품질관리에 필요한 시험실 관리와 근로자 교육도 함께 맡는다.

법에서 규정된 인력이 품질관리 업무만 온전히 수행해도 부실시공을 예방하고 품질향상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얘기가 건설업계에서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다.

실제로 지난 4월 29일 지하주차장 일부분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안단테아파트(AA13-1·2블럭) 건설공사 현장을 국토부가 특별점검을 진행한 결과 공사 현장에서 품질관리 부실이 확인됐다. 

공사 품질관리계획 상 콘크리트용 골재시험 시험 빈도가 관련 기준에 맞지 않게 수립됐고 계획 변경 과정에서 이 시험 빈도가 7회에서 0회로 변경돼 시험이 아예 실시되지 않은 사실 등이 드러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자교 붕괴'부터 '오송 참사' 등 금호건설 시공 현장에서 잇따르는 사고가 부실한 품질관리 기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장에 시험실의 규모·시험장비 또는 건설기술자 확보는 기본 중의 기본이며 필수적인 사안이다"면서 "이를 미흡했다는 것은 안전과 품질에 무관심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이어 "이런 안이한 인식이 누수, 결로 등 많은 하자는 물론이고 안전사고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이를 보수보강하거나 원상 복구하거나, 재시공함으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손실도 매우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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