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형 교장 공모, 화려한 전교조 이력 역전의 동지들에 배급

우리나라 교육은 대학들이 집중된 수도권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보니 초·중등 교육에서도 서울·경기를 제외한 지방 교육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한다. 올해도 중앙무대에서 지방으로 간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의제를 던진 덕에 경남도교육청의 무상급식 이슈가 전국적 관심을 받은 것을 제외하면 일반 국민 모두 관심을 가진 지방교육 이슈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 타 지역 시·도교육감들은 웬만해서는 도마에 오르지 않는다. 실정(失政)조차 관심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불만이었던 것일까?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측근 보은 인사 분야에서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교육감은 취임 이후 매학기 연이어 내부형 공모교장을 자신의 측근으로 임명했다. 측근도 그냥 측근이 아니다. 모두 이 교육감이 전교조 제주도지부장 시절 집행위원을 함께한 역전의 동지들이다. 현지 교원들 사이에 도는 풍문까지 더하면 선거 공신에 대한 보은인사라는 얘기까지 덧붙여진다.

   
▲ 이석문 제주교육감은 취임 이후 매학기 연이어 내부형 공모교장을 자신의 측근으로 임명했다. 측근도 그냥 측근이 아니다. 모두 이 교육감이 전교조 제주도지부장 시절 집행위원을 함께한 역전의 동지들이다. 현지 교원들 사이에 도는 풍문까지 더하면 선거 공신에 대한 보은인사라는 얘기까지 덧붙여진다./사진=연합뉴스
이 교육감은 취임하자마자 승진 자격을 얻지 못한 평교사가 참여할 수 있는 내부형 교장 공모를 처음 실시했다. 첫 공모 때는 공정한 경쟁이 될 걸로 기대한 A교장과 B교감 등도 참여했지만 결국 전교조 제주도지부장 출신인 강순문 교사가 중달초 교장으로 임명됐다. 강순문 전 지부장은 이 교육감의 지부장 시절 러닝메이트인 수석부지부장을 지냈다.

그 다음 학기에는 수산초, 무릉중 두 곳으로 내부형 교장 공모를 늘렸다. 그러나 첫 공모 과정에 대한 소문을 들은 탓에 무릉중에는 전교조 제주도부지부장 출신인 김규중 교사가 단독 응모해 임명됐다. 김 전 부지부장은 이 교육감의 지부장 시절 제주시중등지회장을 지냈을 뿐 아니라 해직교사 출신으로 전교조 제주지부 결성 때부터 이 교육감과 함께한 창립멤버다.

수산초에서도 전교조 북제주지회장 출신 송경욱 교사가 응모했다. 그가 무난히 임명됐다면 구색을 갖추기 위한 형식적인 예외조차 단 한 명도 허용하지 않는 ‘퍼펙트 게임’ 기록을 세울 수 있었지만 지역사회의 반대가 워낙 강경했다. 결국 송 교사의 임명은 무산됐고 이모 교감이 교장으로 임용됐다.

물론 이 정도 난관에 포기했다면 도전장을 내밀긴 어려웠을 것이다. 올해 6월 2학기에도 어김없이 내부형 교장 공모를 실시했다. 대상 학교는 흥산초였는데 여기에 단독 응모한 교사는 다름 아닌 6개월 전 수산초에서 고배를 마셨던 송경욱 교사였다.

한 번 고배를 마셨으니 선수교체가 될 법도 한데 당 서열대로 교장직을 배급하는 모양새다. 상황이 이쯤 되니 교장·교감 중에 내부형 교장 공모에 응모하겠다는 사람은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번에는 이미 학교운영위원회 심사를 통과한 상태라 더 이상 지역사회 반대로 무산될 염려도 없다. 송 전 지회장은 이 교육감의 지부장 시절 때도 북제주지회장에 단독 출마해 당선되면서 함께 집행위원회 활동을 했다.

이쯤 되면 선거캠프 법률자문을 한 중학교 후배를 감사관으로 내정하는 배포를 보인 조 교육감조차 도전해보지 못한 측근인사의 금자탑이다. 마치 ‘나처럼은 해야 측근인사라고 할 수 있지’라고 도발하는 듯하다.
물론 이 교육감의 친애하는 동지들이 단지 한 때 전교조 제주지부 집행위원으로 함께 활동한 경력만 갖고 교장직을 배급받은 것은 아니다. 이들은 한미FTA 반대,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등 굵직한 정치 사안에도 이 교육감과 함께 싸워온 역전의 용사들이다.

위대한 전교조의 민주투사들께서는 이 정도면 교장직이라는 전리품을 챙길만하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을 위한 좋은 교육을 걱정하는 학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기에 더 더욱 교장이 돼서는 안 될 인사들이다. 정치투쟁에 앞장선 자들, 교장직을 선거 전리품쯤으로 여기는 자들에게 우리 아이들을 맡길 수는 없는 일이니까 말이다.

수도 서울만 대한민국이 아니다.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어필할 때 한 번 쯤 관심 가져보자. 지금 자칭 진보교육감이 들어선 지방에서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일반 국민의 상식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박남규 교육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