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은 삶에서 중요한 요소다. 인간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성취하며 살아간다. 이제는 누구든지 자신의 경력을 자신만의 색깔로 브랜딩해서 완성해 나가는 시대다. 노동은 개인에 걸맞게 유연하고 자유롭게 변화하고 있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이러한 노동의 가치와 이를 구성하는 원리에 대해 알아보고, 지식사회 노동의 모습을 저서에 담았다. 저서는 ‘스토리 시장경제 시리즈’ 일곱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선택권과 재산권을 존중하며 개인이 잘살아야 나라가 발전한다고 믿는 시장론자이며, 낙관주의자이다. 자유경제원에서 강연, 집필 활동을 통해 자유주의를 널리 전파하는 일을 하고 있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저서를 통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인가, 노동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에 관하여 고견을 들려준다. 미디어펜은 ‘스토리 시장경제 시리즈’ 10권 완간을 기리며 7권부터 8권까지 각 권 당 2편씩 게재한다. [편집자주]
< 목차 >
스토리 시장경제 제 7권
노동의 가치 - 일하는 기쁨, 내 인생의 성공 드라마
제1장 노동의 친구, 자본-○ 링컨은 왜 노예를 해방할 수밖에 없었나 /○ 헨리 포드의 800달러짜리 자동차 /○ 무엇이 노동자를 이롭게 할까
제2장 노동의 가치는 어떻게 정해질까-○ 우등상의 자격 /○ 소녀시대가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 월급이 오르면 소득이 높아질까 /○ 집안일에 월급을 준다면
제3장 임금과 고용은 유연할수록 좋다-○ 누가 아파트 경비원을 해고했나 /○ 금추와 월급봉투 /○ 강성 노조에 발목 잡힌 미국 자동차 산업 /○ 지식창조 시대의 노동 /○ 일자리는 누가 결정할까 /○ 청년 고용을 늘리기 위하여
제4장 사람이 경쟁력이다- ○ 한국이 자원 빈국이라고요? /○ 흑사병과 르네상스 /○ 일하는 노년에 대하여 /○ 개인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 K리그의 외국인 노동자
제5장 지식사회의 ‘꾼’- ○ <LA타임즈>의 기사 쓰는 로봇 기자 /○ 지식과 경험이 자본이 되는 시대 /○ 우주인에서 1인 기업가로
제6장 노동의 품격- ○ 노동은 서로가 서로를 돕는 과정이다 /○ 무의미한 스펙 경쟁은 이제 그만 /○ 대장금 의녀의 신분은 무엇이었을까 /○ 잘하는 일 vs 좋아하는 일 /○ 인생을 산다면 오프라 윈프리처럼 /○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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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
소녀시대가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1]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 소녀시대
흔히 연예인을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라고 한다. 국내 정상급 아이돌 그룹인 소녀시대라면 걸어 다니는 기업이라는 수식이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SM엔터테인먼트의 2012년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소녀시대는 2009년에서 2011년 사이에 대략 7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시기 슈퍼주니어는 400억 원, 동방신기는 330억 원, 샤이니는 140억 원, 에프엑스는 6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매출액 700억 원을 아홉 명으로 나누면 3년간 일인당 80억 원 가까이 벌어들인 셈이다. 2012년 이후 소녀시대의 인기는 더 치솟았고 SM엔터테인먼트의 전체 매출도 2010년 864억 원에서 2013년 1643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으니 소녀들의 벌이도 그만큼 늘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그렇다면 소녀시대가 이런 기록적인 성공을 이룰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일까?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공연의 가치
소녀시대가 조선 시대에 태어났다고 가정해 보자. 앞서 언급한 슈퍼주니어와 동방신기, 샤이니와 에프엑스도 마찬가지다. 조선 시대는 불행히도 예능인이 그다지 존경받는 사회가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뛰어난 외모와 가창력, 남다른 끼를 갖고 태어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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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시대는 지난 7일 반얀트리 호텔의 야외수영장 오아시스에서 새 싱글 수록곡 '파티' '체크(Check)' 무대를 선보였다. 소녀시대는 '파티'에 이어 '라이온 하트(Lion Heart)' '유 씽크(You Think)'를 더블 타이틀로 한 정규 앨범을 발표한다. 국내 정상급 아이돌 그룹인 소녀시대라면 걸어 다니는 기업이라는 수식이 어색하지 않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 <서편제>에서 송화(오정해 분)는 매우 실력 있는 소리꾼이다. 지금으로 보자면 무형문화재급 예술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960년대에 활동한 송화는 그저 돈없고 고달픈 떠돌이 신세에 불과하다. 지금과 같은 부와 명예는 기대할 수 없고 그저 하룻밤 몸을 누일 자리와 끼니가 아쉬울 뿐이다. 영화 <왕의 남자>는 시대적 배경이 아예 조선 연산군 시절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장생과 공길은 국왕 앞에서 공연할 만큼 실력 있는 연기자이자 예능인이었으나 천한 대우를 받던 광대에 불과했다. 그들이 속한 남사당패는 조선 시대의 계층 구분으로는 아예 천민이었다.
노동을 통해 만들어진 생산물은 이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와 만나야 가치를 갖게 된다. 생산물이 갖는 가치는 그걸 소비하는 소비자가 느끼는 효용의 수준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생산물이 같아도 그걸 필요로 하는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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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동방신기·이종석·안젤라베이비 등 막강 모델 라인업을 갖춘 신라면세점이 샤이니를 새로운 얼굴로 발탁했다. 동남아, 중화권, 일본 등 아시아 전역에서 지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샤이니가 새 얼굴로 가세함에 따라, 신라면세점은 이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다양한 한류 마케팅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샤이니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공연의 가치, 가수의 가치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사진=신라면세점 제공 |
소녀시대가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 시대로 돌아가 경복궁 앞에서 아무리 멋들어진 공연을 한다고 한들, 그 행위가 갖는 효용은 오늘날 샤이니가 잠실종합운동장에서 하는 공연과 절대로 같을 수 없다. 조선 시대에는 지금처럼 음악과 예능을 원하는 소비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녀시대를 비롯하여 슈퍼주니어와 동방신기, 샤이니와 에프엑스가 오늘날과 같은 부와 명성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은 조선이 아닌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21세기 한국에서 활동한 덕일 테다. 재미있는 점은 21세기에서 활동한다고 해도 장소에 따라 공연의 가치가 또 달라진다는 것이다. 장소에 따라 시장의 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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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이 강남스타일의 유튜브 20억 조회수를 기록하며 만든 일러스트. 미국 및 글로벌 시장을 제패했던 싸이는 한국 가수 중 세계 가요시장에서 역대 최고의 인지도를 자랑한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
오늘날 한국, 일본, 미국에 모두 예능시장이 형성돼 있지만 규모에서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이에 따라 똑같은 공연이라도 그 공연이 가지는 가치가 각 나라마다 다르다. 시장마다 그 공연을 보고 열광하는 소비자의 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에만 머물렀던 다른 가수보다 일본 시장에 진출한 보아의 수입이 더 많고, 미국 시장에 진출한 싸이의 수입이 보아보다 훨씬 많은 게 단적인 예다. 만약 소녀시대가 한국에서의 활동을 줄이고 일본에서 활동한다면 지금 보다 몇 배를 더 벌어들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소녀시대의 매출 구성은 한국 시장보다 일본 쪽이 훨씬 더 많은 걸로 알려져 있다.
앞서 이야기한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은 생산자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논리다. 재화나 서비스의 가치는 그걸 생산하는 데 들어간 노동량이나 노동 시간이 결정한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샤이니와 소녀시대가 부르는 노래 한곡의 가치가 시대와 장소에 따라 천차만별인 걸 설명할 길이 없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오류는 노동의 가치를 결정하는 건 노동 자체가 아니며 그걸 소비하는 소비자와 시장이라는 걸 간과한 데 있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