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 검증 예고한 더불어민주당, 대법 확정 판결 받은 당 문건 '모르쇠'
이동관 언론장악 의혹? 검찰 수사 받지도 않아…수사팀 보고서 "지시자로 추정"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이달 중순에 열릴 전망인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이 현미경 검증을 예고한 가운데, 첫 손에 꼽히는 '언론장악' 이슈가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아니라 오히려 민주당을 겨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종의 내로남불, 적반하장인 격이다.

문재인 정권 초기인 2017년 당 워크숍에서 작성된 민주당의 '방송장악 문건'이 법적으로 대법원 최종 확정 판결에서 사실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반면 이동관 후보자에 대해선 과거 서울중앙지검이 'MBC 방송장악 관련 청와대 홍보수석실 관련성 검토'라는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것에 그친다.

법원 판결로 확인된 것과 검찰 수사보고서 간에는 누가 보아도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격차가 크다.

실제로 들여다 보면, 이 후보자의 '언론장악' 의혹은 혐의 입증이나 기소 단계까지 간 것도 아닐 뿐더러, 해당 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은 적이 없다.

   
▲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1일 오전 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경기도 과천시의 한 오피스텔 건물로 출근,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8.1. /사진=연합뉴스


이 후보자가 과거 '언론장악'을 하려 했다는 의혹은, 이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일 때 국가정보원이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 문건(2010년 3월 2일 작성)을 작성했는데, 청와대 홍보수석실 지시로 국정원이 문건을 작성했다는 주장에 근거한다.

이 후보자를 '과거 언론장악했다'며 공격하는 측에서 내건 주장은 2017년 11월 5일 국정원 불법사찰 관련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수사보고서를 만들었다는 점인데, 이 수사보고서에서 수사팀은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실질적인 문건 작성 지시자로 추정된다"고 적었다.

당시 수사팀이 '확인된다' 또는 '지시자이다'라는 확정적 표현이 아니라 '추정된다'고 명시했을 뿐이다. 추정된다는 것을 사실이라고 믿고 싶은건 이 후보자를 반대하는 측의 희망사항으로 읽힌다.

당시 참고인 조사를 받은 청와대 행정관들도 "이동관 홍보수석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은 적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관련 혐의로 당시 재판에 넘겨졌던 김재철 전 MBC 사장은 '언론장악'과 관련해 2021년 3월 11일 무죄를 확정 받았다. 무죄를 확정 받은건 문재인 정권 시기다.

이 후보자의 '언론장악' 의혹은 이미 법적으로 판단이 끝난 사안인 것이다.

   
▲ 고대영 KBS 사장(2018년 1월 당시)은 22일 KBS 이사회에 출석해 "해임을 강행할 경우 이는 법적으로 부당한 행위인 만큼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2018.1.22. /사진=연합뉴스


반면 민주당의 '방송장악' 문건에는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이 제시되어 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여파로 정권을 탈취한 문재인 대통령,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8월 워크숍에서 특정 문건을 배포한다. 이 문건에는 공영방송 경영진을 '적폐'로 규정하고 '방송사 구성원 및 시민단체, 학계 중심의 사장 퇴진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문건에는 '사장의 경영 비리, 프로그램 제작 편성 개입, 직간접적 보도지침 등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관리 감독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

문건의 골자는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을 언론적폐로 규정하고 사장과 이사진을 퇴진시키자는 내용으로, 방송사 구성원 및 시민단체 중심의 퇴진운동 전개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건은 당시 민주당 전문위원실이 만들었다.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정세 보고가 로드맵으로 와전됐다"고 해명했다.

이 문건이 재차 주목받은건 6년이 지난 올해 6월 29일 대법원이 (2018년 당시) 고대영 KBS 사장에 대한 해임 처분이 위법이라는 판결을 최종 확정하면서다.

대법원은 "문재인 정부가 방송장악 문건대로 야권(당시 자유한국당) 성향의 강규형 KBS 이사를 위법하게 해임해 KBS 이사회 구성을 변경한 다음, 당시 고대영 사장을 해임한 것은 불법"이라는 취지의 항소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6주 전, 강규형 전 이사 및 고대영 전 사장의 해임이 모두 위법하다고 대법원이 판결하면서 민주당의 '방송장악' 문건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어느 쪽에 실체가 있는지 따져 보면, 이 후보자의 MB 정부 당시 '언론장악' 의혹은 일방적인 주장에 그친다. 반면 민주당의 '방송장악' 문건은 구체적인 사실관계로 드러난다.

민주당이 이 후보자에 대해 '방송장악 기술자'라고 비방하면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십자포화를 쏟아붓겠다는 입장은 사실상 '내로남불'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