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to6 뱅크' 등 은행별 이색특화점포 눈길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은행권이 디지털금융 확대와 비용감축을 계기로 점포를 매년 줄이는 가운데, 최근 특화점포를 내세우며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 야간과 토요일에도 은행업무를 볼 수 있는 점포부터 은행 이용이 불편한 고령층을 위한 이동점포까지 다변화 전략이 눈길을 끌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은 올 상반기 85곳의 영업점을 폐점했다. 통폐합 규모가 가장 큰 곳은 국민은행으로, 1월 41곳, 4월 24곳 각각 폐업했다. 이어 신한은행이 11곳을 폐점했고, 우리은행은 7곳을 통폐합했다. 그 외 농협은행이 1곳을 폐점했고, 하나은행은 점포 수를 유지했다.

   
▲ 은행권이 디지털금융 확대와 비용감축을 계기로 점포를 매년 줄이는 가운데, 최근 특화점포를 내세워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 사진은 KB국민은행의 특화점포 '9To6 뱅크'./사진=KB국민은행 제공


은행권의 점포 다이어트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디지털금융이 오프라인 수요를 대체하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영업점(출장소 포함) 수는 올해 3월 말 3957곳으로 지난해 3월 말 4100곳 대비 143곳 감소했다. 연도별로 2016년 4917곳, 2017년 4726곳, 2018년 4699곳, 2019년 4661곳, 2020년 4425곳, 2021년 4188곳 등 매년 100여곳의 점포가 문을 닫고 있다.

은행들의 급격한 점포 폐쇄로 금융소비자들의 접근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최근 은행권이 금융 소외계층 등 특정 오프라인 수요를 겨냥한 특화점포를 마련해 눈길을 끈다. 대표적으로 야간 및 토요일에도 근무하는 점포는 평일 낮시간에 은행업무를 보기 어려운 직장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신한은행은 평일 오후 8시까지 금융상담 및 은행업무를 볼 수 있는 '신한 이브닝플러스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해당 서비스는 평일 오후 4시까지 대면창구와 디지털라운지로 동시 운영되고, 이후에는 디지털라운지를 통해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구현했다. 또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디지털라운지 점포에서 업무를 볼 수 있는 '토요일플러스'도 인기를 얻고 있다.

국민은행도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특화점포 '9To6 뱅크'를 기존 전국 72개에서 이달 1일 82개로 확대 시행 중이다. 서울·수도권·지방 등 각 지역 중심에 위치해 오프라인 수요가 많은 대표 영업점의 영업시간을 개편한 것이다. 

국민은행의 이 같은 방침은 고객들의 큰 호응을 뒤따른 까닭이다. 국민은행이 올해 특화점포 시행 1주년을 맞아 고객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7%가 지속 운영 필요성에 동의했다. 특히 2030고객은 전원 '필요하다'고 답했고, 전체 이용자의 90% 이상이 '재이용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우리은행은 디지털 취약계층인 고령층을 타깃해 고령층 밀집지역에 '시니어 특화점포'를 개설하고 있다. 은행 업무공간 외 사랑채 등 휴게공간을 마련해 고령층이 편리하게 은행업무를 볼 수 있도록 구현했다. 특히 지역 소상공인들을 위한 '소상공인 지원센터'도 함께 운영해 금융상품 상담, 창업 및 소상공인 경영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금융에 강점을 보이는 IBK기업은행은 개인금융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달 24일 새 점포 유형인 '개인스마트지점'을 서울과 부산에 1곳씩 마련했다. 개인고객에게 전문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금융 특화점포로, 기존 점포를 스마트지점으로 변경했다. 기업은행은 개인금융 역량 우수 점포장 및 직원을 배치해 개인금융사업 미래전략 추진을 위한 전략 점포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부지가 필요한 점포 대신 수요에 맞춰 이동하는 '이동점포'도 최근 눈길을 끈다. 신한은행은 매달 25일 서울 및 수도권 소재 복지관을 방문해 고령층 등 디지털금융 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점포를 운영해 연금 출금 등 간단한 은행업무를 처리해 호응을 얻고 있다.

DGB대구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날까지 9일간 포항 칠포 해수욕장에서 '해변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피서객들을 위해 점포 사각지대에 이동점포를 운영한 것이다. 이동점포에는 금융단말기와 자동화기기(ATM)이 탑재돼 장소 제약 없이 금융서비스를 볼 수 있도록 구현했다.

BNK경남은행은 '찾아가는 장금이 이동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전통시장 금융서비스 상담 창구인 '장금이 창구'를 개설해 지역 상인들에게 사업자 대출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경남은행은 지난달 경남 거제 고현시장을 시작으로 이달에는 양산 남부시장을, 다음달에는 진주 중앙시장을 각각 찾아 이동점포를 운영할 방침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오프라인 수요가 크게 줄었고 모바일뱅킹 등으로 은행업무를 꽤 대체하게 되면서 은행들이 점포폐쇄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면서도 "은행들이 오프라인 서비스가 필요한 점포 사각지대 및 금융 소외계층 등을 타깃해 특화 서비스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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