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안보 팽개치고 정치 공세…"정보기관 포기 요구" 한가지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점입가경 국정원 해킹 논란…사실관계는 무엇인가

해킹프로그램 업무를 담당하던 국정원 직원 임모씨의 자살로 ‘국정원 해킹 논란’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유서에서 밝혔다시피 임모씨는 해킹 논란에 따른 파문이 커지자 압박감을 느껴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한 결백을 주장하며 자살했다. 임모씨는 4일간 잠을 안자고 일하면서 공황상태에 이르렀던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은 석연찮은 자살이라며 떳떳하면 왜 자살했냐고 공세를 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과도한 의혹제기라며 자신의 목숨을 건 결백을 믿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자살한 국정원 직원 임모씨는 대테러요원이나 대북요원이 요청한 전산자료나 데이터를 처리해주는 일을 담당했다. “국정원 내 직원 중 대북요원이 누구이고, 해당 조직 업무 및 임무 내역이 무엇인지”에 관해 알고 있는 직원이라 전해지고 있다.

국정원은 임모씨가 삭제한 자료를 복구하는대로 국회 정보위 여야 의원들에게 공개할 것을 약속했으며, 향후 국정원 해킹 논란과 관련된 정보(해킹프로그램 사용기록 등)를 정보기관 운영 차원에서 선별하여 밝힐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와 안철수 국정원 불법사찰의혹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가칭)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불법 해킹프로그램 시연 및 악성코드 감염검사에 대화를 나누며 참석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관계는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팀社로부터 20명분의 해킹 소프트웨어를 구입했고 이 프로그램 소프트웨어는 35개국 97개 기관이 구입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다른 나라 어떠한 정보기관도 해당 소프트웨어 운용에 관해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음도 명백한 사실이다.

국정원은 해킹 소프트웨어에 관해 연구용 2회선, 해외 및 대북 정보 수집용 18회선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의 해킹 소프트웨어 구매는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의 중기계획에 따른 것으로, 이후 이명박 정부의 예산확보를 통해 구매완료했다. 해당 소프트웨어는 이탈리아 해킹팀를 경유하여 작동하도록 되어 있어 모든 사용 내역이 다 저장되어 있고 특정 사안에 대한 은폐가 불가능하다.

국정원 해킹, 내국인 사찰? 문재인에게 묻고 싶은 말

국정원 해킹 논란을 내국인 사찰로 비화시켜 공세를 퍼붓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에게 묻고 싶은 말, 몇 마디를 정리했다. 대답하기 곤란하더라도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1.

새정치민주연합 일각에서는 임모씨의 자살이 석연찮은 죽음이라며 떳떳하면 왜 자살했냐는 지적을 가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죽음을 야당 때문이라고 한다면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논리적 일관성을 지니고 반문해 본다.

과거 가족비리 수사 중에 자살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원 직원 임모씨의 자살과 무엇이 다른지 궁금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택 PC컴퓨터에 남겼던 워드 파일과 임모씨가 자필로 남긴 유언장 또한 마찬가지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언급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 말해보자. “노무현의 죽음을 이명박 때문이라고 한다면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2.

어느 나라의 정보수사기관도 프로그램 구입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여야 정치인들이 정보기관에 방문해서 현장 확인을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다른 나라는 정보기관이 어디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논란의 중심이 된 해당 해킹프로그램 소프트웨어는 35개국 97개 기관이 구입해서 운용하고 있다.

문제는 다른 나라 어떠한 정보기관도 해당 해킹프로그램 소프트웨어 운용에 관해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정원이 구매해서 지금껏 사용해왔던 해킹프로그램은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세웠던 중기계획에 따른 것이다. 문재인은 당시 노무현 정부, 청와대의 민정수석이었다. 이러한 점들에 대한 문재인 대표의 생각을 듣고 싶다.

   
▲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국정원 불법사찰의혹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가칭)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불법 해킹프로그램 시연 및 악성코드 감염검사에서 해킹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3.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의혹 제기와 관련하여 사찰을 당한 인사로 지목된 이는 재미 과학자 안수명 씨다. 안수명 씨는 노길남 씨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노길남 씨는 북한 문화공작원으로 활동하며 북한을 62차례 방문하고 2014년 4월에는 평양에서 김일성상(賞)을 받은 자다.

이와 관련하여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16일 국회 기자회견 자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순수 민간인으로 포장한 안수명 씨는 대북 용의점이 상당히 있는 인물”이라고 밝히면서, “안수명 씨는 국정원 해킹 시도가 있기 한달 전 중국에서 북한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미국 비밀 취급인가권이 있고 미국 대잠수함 전투정보를 알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생각하는 순수한 민간인은 이런 인사인지 묻고 싶다. 대북 용의점이 있는 자에 대한 인권을 그토록 중요시하게 생각하는지 말이다.

이와 더불어 지난 6월 북한이 우리나라 국민 2만 5000명의 스마트폰을 해킹해서 금융정보를 빼갔던 사안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지 알고 싶다. 국정원이 18개 회선을 통해 대북 첩보를 수집했던 사안과 북한이 우리나라 국민 2만 5000명을 해킹해서 정보를 빼갔던 사안에 대한 새정치민주연합의 대응방식은 너무도 다르다. 이에 대한 해명을 듣고 싶다.

4.

지난 2012년 초,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이명박 정부가 민간인에 대한 2619건의 불법사찰을 저질렀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를 확인해 보니 2619건 중 2200여건의 민간인 사찰 문건이 모두 노무현 정부 당시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가 작성했던 나머지 400여건은 총리실 작성문서와 일반 공문 등이었다. 민간인 사찰에 관해서 이명박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차이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구 민주당) 대표의 고견을 경청하고 싶다. 민간인 사찰에 대해서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덜식 잣대 말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문제 삼으려고 하는) 민간인 사찰에 대한 기준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다.

   
▲ 사진은 (국정원 해킹 논란, 직원 임모씨 자살 관련) ‘DAUM’ 댓글코너 일부 캡처. 지난 19일 ‘민주샘’이라는 아이디를 갖고 있는 네티즌이 “국정원 손발을 묶어야 민주주의, 통신인권, 부정선거, 간첩조작, 혈세낭비 등의 문제가 해결되고 주권민(?)이 평안하다”는 댓글을 남겼다. 해당 댓글에는 답글이 77개 달렸으며, 좋아요는 6570개, 싫어요는 306개를 기록했다. /사진=다음 댓글코너 일부 캡처
5.

국정원 직원 일동은 19일 동료 임모씨의 자살과 관련하여 공동성명을 냈다. <동료 직원을 보내며>라는 제목의 단문이었다. 국정원 직원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정보기관에 대해서 몇 가지 근본적인 언급을 했다.

“사이버 작전은 극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매우 민감한 작업입니다. 안보 목적으로 수행한다 하더라도 이것이 노출되면 외교 문제로도 비화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국가안보를 지키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대상으로만 조심스럽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부 정치인들은 이런 내용을 모두 공개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근거 없는 의혹을 입증하기 위해 국정원이 더 이상 정보기관이기를 포기하라는 요구와 같습니다. 국가안보에 어떤 해악이 미치는지에 대한 고려는 없습니다.”

국방부가 전투능력 향상과 전쟁억지력 확보를 통해 대외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수고하는 집단이라면, 국정원은 주적에 대한 첩보 및 방첩활동, 정보수집 등을 통해 대내적으로 비밀리에 우리나라 안보를 위해 애쓰는 조직이다. 국가별로 정보기관은 대동소이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비밀엄수 및 은밀기동이 바로 그것이다. 국가정보기관이 다루는 온갖 정보들은 외교문제로도 비화될 수 있는 예민한 사안이기에, 국정원 직원들은 항상 비밀리에 임무를 수행한다.

위의 문제의식을 전제로 삼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에게 마지막으로 몇 마디 더 묻고자 한다.

첫째, 이 세상에는 ‘간첩조작’만 있지 간첩은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둘째, 새정치민주연합은 국가정보기관을 없애고 싶은 건지 아니면 버젓이 존재하는 정보기관을 무력화시키고 싶은 건지 알고 싶다.

마지막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제기하는 민주주의․통신인권․부정선거․간첩조작․혈세낭비 등의 논란은 정확히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말이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