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서동영 기자]무량판에 대한 거부감이 날로 퍼지고 있다. '무량판 포비아'라는 단어까지 나올 정도다. 건설업계는 장점 많은 무량판 공법이 퇴출되면 국내 아파트 수준이 20~30년 전으로 후퇴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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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근 누락이 발견된 LH 단지 내 지하주차장./사진=서동영 기자 |
9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교통부는 8일 아파트 전수조사 관련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전문기관 간 협력회의를 열고 공조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지난 7일 다음달 말까지 2017년 이후 준공되거나 현재 시공 중인 무량판 구조 민간아파트 293곳을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에 이어 민간아파트까지 무량판 철근누락 조사를 확대하겠다고 한 이후 무량판에 대한 불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터넷과 SNS에는 무량판구조 아파트 단지 리스트나 확인 방법에 대한 글이 올라오고 있다. 경기도 내 분양을 앞둔 아파트에서는 홈페이지에 "해당 아파트는 무량판 구조가 아닌 벽식 라멘 혼합구조"라는 공지를 올렸다.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서는 강동구 내 한 아파트가 무량판인지를 두고 회원간 설전이 오갔다.
건설사들은 이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장점이 많은 무량판이 자칫 건설 현장에서 사라질 수 있어서다. A건설사 관계자는 "앞으로 어떤 건설사가 무량판을 적용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하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무량판 구조는 보를 빼고 기둥만으로 슬래브(콘크리트 천장)를 지지하는 방식이다. 기둥(라멘)식 구조와 달리 보가 없어 층고를 높일 수 있다. 내력벽이 필요한 벽식 구조에 공사기간을 줄일 수 있고 층간소음에도 강하다. 벽체를 변경하거나 해체가 가능해 리모델링도 용이하다.
특히 기둥과 슬래브만 있는만큼 공간활용도가 높고 다양한 내부 디자인으로 건축할 수 있다. B건설사 관계자는 "무량판은 84㎡A, B, C, D처럼 같은 넓이라도 다양한 평형을 뽑아낼 수 있다. 층마다 다른 평형을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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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식구조와 기둥식구조 및 무량판 구조 특징./사진=국토교통부 |
무량판 구조는 2000년대 국내 주택 건설에 본격 도입됐다. 이후 성냥갑같은 네모 반듯한 모양의 평형이 줄어들고 다양한 내부구조를 가진 아파트가 출현하게 됐다.
정부도 무량판 구조 적용을 장려해왔다. 국토부는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건설 시 건축가산비에 완전 무량판 구조는 5%, 무량복합구조는 3% 가산점을 적용해 분양가를 올려주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에서 무량판 구조를 활용하면 용적률을 10% 상향해준다.
만약 무량판이 사라진다면 벽식이나 기둥식(라멘) 구조를 사용해야 한다. 갱폼(거푸집)을 이용해 성냥갑 쌓듯이 위로 올라가는 벽식이나 보가 있어 층고가 낮고 공사기간이 긴 라멘 구조로는 다양한 평형을 만들기 어렵다는 게 건설업계 주장이다. C건설사 관계자는 "자칫 대한민국 아파트 주거구조가 20~30년 전으로 후퇴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정부도 무량판 포비아 확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차단에 나섰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최근 "무량판 구조를 싸잡아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무량판 공포가 확산된 건 전수조사 지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무량판이 실제로 퇴출됐을 때 어떻게 수습하려고 일을 키우는 건 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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