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BNK경남은행 직원의 562억원 횡령 사고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한 가운데, 이번엔 KB국민은행과 DGB대구은행에서 잇달아 직원 비위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국민은행에서는 증권업무 대행을 맡은 직원들이 상장사 미공개정보를 활용해 120억원대 부당이득을 취했고, 대구은행에서는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이 고객 동의 없이 무단으로 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의 위법행위에 엄정 조치할 것이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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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NK경남은행 직원의 562억원 횡령 사고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한 가운데, 이번엔 KB국민은행과 DGB대구은행에서 잇달아 직원 비위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
10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 등에 따르면 최근 국민은행과 대구은행에서 직원들의 잇단 일탈 행위가 적발되면서 당국이 긴급 수사에 나섰다.
우선 국민은행에서는 증권대행업무 부서 소속 직원 상당수가 지난 202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61개 상장사의 무상증자 업무를 처리하면서 미공개정보를 활용한 주식거래로 약 66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무상증자 규모 및 일정 등을 사전 확보해 본인이나 가족 명의로 정보공개 전 대상종목 주식을 매수하고, 무상증자 공시로 주가가 상승하면 이를 매도해 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해당 정보를 타 부서 직원 및 가족을 비롯해 회계사·세무사 등 지인에게도 알려 매매를 부추겼는데, 관련 정보로 주식매매에 나선 이들은 약 61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총 127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이다.
당국은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중요정보 이용금지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긴급조치를 거쳐 이번 사건을 검찰에 통보했다. 당국은 증권 대행업무를 하는 은행 소속 임직원의 미공개정보 이용 행위가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 행위로 보고 있다.
아울러 당국은 이번 사건과 별개로 국민은행에 대한 현장검사를 지난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실시했는데, 증권대행부서에서 고객사 내부정보 취득·관리 등에 미흡한 점을 발견했다. 당국은 관련 법규를 위반한 사항에 대해 책임 여부를 명백히 한다는 입장이다.
대구은행에서는 영업점 직원들이 고객 몰래 문서를 위조해 동의 없이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대구은행은 지난 2021년 8월부터 자사 입출금통장과 연계해 다수 증권회사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 운영 중이다.
금감원은 외부 제보 등을 통해 대구은행 영업점에서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높일 목적으로 1개 증권계좌를 개설한 고객을 대상으로 고객 동의 없이 추가 증권계좌를 개설했다는 내용을 파악했다. 고객이 실제로 영업점에서 작성한 A증권사 계좌 개설신청서를 복사하고, 이를 수정해 B증권사 계좌를 임의 개설하는데 활용한 것이다.
아울러 직원들은 임의 개설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계좌개설 안내문자(SMS)를 차단하기도 했다.
실적 달성에 눈이 멀어 소비자에게 고지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고의성이 다분한 만큼, 도덕성과 신뢰도 훼손이 불가피해 보인다.
같은 증권사의 계좌를 추가 개설한 정황도 포착된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일부 지점 직원 수십명은 평가 실적을 올리기 위해 지난해 1000여건이 넘는 고객 문서를 위조해 증권 계좌를 개설했다. 가령 고객에게 A증권사 위탁 계좌 개설 신청서를 받고, 같은 신청서를 복사해 '계좌 종류'만 다르게 표기하고 A증권사 해외선물계좌까지 개설하는 식이다.
특히 대구은행은 문제를 파악했음에도 금감원에 이를 보고하지 않았고, 영업점에 불건전 영업행위를 예방하라는 공문을 보내는 데 그쳤다. 이에 금감원은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전날부터 긴급 검사에 돌입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고가 금융실명제법 위반, 사문서 위조 등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실명제법상 금융기관은 고객 실명임을 확인한 후 금융거래를 해야 하는데 대구은행은 이를 위반하고 신청서를 위조해 계좌를 개설한 까닭이다.
경남은행에 이어 두 은행에서 은행 신뢰도를 갉아먹는 중대 금융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당국도 엄중 경고를 예고하고 나섰다.
국민은행 사건에 대해 당국은 "금융회사 임직원이 연루된 사익추구 등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할 계획이다"며 "여타 증권대행 업무를 처리하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도 임직원의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관련 내부통제시스템을 개선토록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구은행 사건에 대해서는 "이번 검사에서 임의 개설이 의심되는 계좌 전건에 대해 철저히 검사하고, 검사 결과 드러난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며 "대구은행이 본 건 사실을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신속히 보고하지 않은 경위를 살펴보고 문제가 있다면 이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고 전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공식적으로 "법이 허용하는 최고 수준의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이 원장은 이날 인천 청라 하나금융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 '중소기업 ESG 경영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횡령 등의 당사자는 물론이고 관리미흡, 내부에서 파악한 것이 있음에도 금융당국에 대한 보고가 늦었던 부분 등 여러 책임에 대해 법이 허용하는 최고의 책임을 물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질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금융기관·기업의 중요 직책에 있는 분들의 일탈에 주목하고 있다"며 "전날 국민은행 케이스는 무상증자와 관련해 주식시장의 자금 흐름과 주가 변동 추이를 보면서 그 정보를 이용할 세력이 있겠다고 판단해 따라가는 와중에 포착됐던 건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련의 사고들을 이유로 경영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 원장은 "여·수신을 전담하는 은행의 고유 기능 실패는 업무 담당자 뿐 아니라 관리 책임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는 일반적인 고민이 있다"면서도 "자본시장 등 사업 확장 측면에서 수행한 업무에 대해선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상급 관리자는 모르겠지만, 지주나 은행장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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