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메르스와 가뭄 여파로 비상등이 켜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와 여당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고 시급한 수혈을 호소하고 있지만 야당의 발목잡기가 계속 되고 있다. 추경은 말 그대로 응급처방이나 마찬가지여서 때를 놓치면 그만큼 효과도 반감되고 자칫 사후약방문이 된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국회선진화법을 빌미로 그동안 온갖 구태를 보여온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번에는  ‘국정원 해킹 의혹’으로 추경 발목잡기에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민생을 외면한채 국정원 해킹 의혹과 관련 온갖 괴담을 유포하며 경제살리기에 딴지를 걸고 있다.

   
▲ 21일 오후 여야 원내대표단 회동을 가질 예정인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상임위원장·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추경이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더이상은 늦을 수 없다. 이번주에는 어떤일이있어도 마무리 해야만한다"고 역설했다./사진=미디어펜

새민련은 20일 국가정보원의 해킹프로그램을 이용한 민간인 사찰 의혹에 관해 ‘선 의혹검증, 후 진상규명’을 주장하며 현장조사에 앞서 이병호 국정원장을 상대로 한 대정부질문, 국회 청문회, 국정조사 및 검찰수사까지 실시할 것을 요구하며 전방위 총력전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표는 같은날 의원총회와 중앙위원회에서 “국민 모두가 피해자”라며 “야당의 명운을 걸고 국민과 함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종걸 원내대표도 21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와 현안질의가 필요하다. 진상규명 노력 없이 대국민 사찰 없었다는 국정원 말을 믿을 이는 아무도 없다"고 강조했다.

20일 있었던 추경 처리와 해킹 의혹 진상규명 방식 등 협상을 위한 여야 양당 원내수석부대표 및 정보위원회 간사 회동에서도 합의는 ‘불발’됐다. 양측은 회의의 급을 격상해 21일 오후 양당 원내대표가 만나는 데에만 합의했다.

야당은 지난 8일부터 정부가 제출한 11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 심사 및 통과를 위해 시작된 7월 임시국회에서 여당과의 합의를 거부해왔다.

야당은 추경 정부원안에서 5조6000억원 규모의 세입경정의 전액 삭감을 주장하면서 세출경정 중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사회간접자본(SOC)투자 분에 대해 “총선용 선심성 추경”이라고 비난하며 임시국회 개회 이후 보름 가까이 이같은 입장을 고수해왔다.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불법 해킹 프로그램 시연 및 악성코드 감염검사'에서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안 의원은 국정원의 스마트폰 해킹 의혹과 관련힌 당내 진상조사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야간 의견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야당은 지난 16일 국회 기획재정위 예산결산기금소위에서 기획재정부에 추경 통과를 조건으로 법인세율 인상이 포함된 세입확충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부대의견’을 추경안에 달 것을 요구했다가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처럼 추경안 ‘발목잡기’ 행보를 보여온 야당은 또한 지난 17일 추경 심사 관련사항을 정부에 묻는 예산결산특별위 전체회의에서 해킹 의혹과 대통령 특별사면 문제 등 회의 목적과 무관한 주제를 거론하며 정부여당과 공방을 벌였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20일부터 이틀간 국회에서 진행중인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조정소위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세입경정 삭감 등 주요쟁점은 여전히 미해결 상태다.

야당도 추경 처리와 다른 안건은 연계하지 않을 방침을 밝혔으나 지금까지의 행보를 미뤄 여권은 경계하고 있다.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임위원장·간사 연석회의에서 “다른 문제와 추경문제를 연계하지 않겠다고 한 것을 지켜주시기 바란다”고 야당에 거듭 당부했다.

정보위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지난 5월 당 지도부가 공무원연금개혁과 국민연금을 연계 처리하자는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인 사례를 들며 “(추경 통과와 야당의 국정원 조사 안을 맞바꾸면) 국가 안보를 가지고 흥정하는 꼴이 된다”고 이날 회동에 나서는 원내지도부에 당부했다.

현행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에 의한 법안 직권상정 시 과반수를 넘는 재적의원 5분의3 이상이 찬성해야만 안건 처리가 가능하다. 야당이 언제든 추경을 볼모로 다른 안건 연계처리를 요구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여야간 이른바 '졸속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한 발언으로 보인다. 

한편 여야가 이달 24일까지 추경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본회의가 연기되며 여야는 7월 임시국회 회기(7월8일∼8월6일) 내에 본회의 일정을 다시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