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은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철근 누락' 아파트 단지 설계·감리에 참여한 전관 업체들과 3년간 2335억 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이 LH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하주차장이 붕괴된 인천 검단 안단테 아파트를 포함해 16개 단지 설계·감리에 참여한 전관 업체 18개사가 2020년 6월부터 3년 동안 수의계약으로 LH 용역 77건을 따냈다.

가장 많은 수의계약을 맺은 A건축사사무소는 LH 출신이 창립했으며, 현 대표이사도 LH 출신이다. 3기 신도시 공동주택 설계용역 등 11건을 343억 원에 수주했다. A사는 철근 누락이 확인된 1개 단지를 설계했고, 3개 단지에선 감리를 맡았다.

LH 처장·부장급을 영입한 B건축사사무소는 고양창릉, 파주운정 등 신도시 아파트 단지 설계용역 6건을 275억 원에 수주했다.

인천 검단 안단테 아파트를 설계한 C사는 지난 3년간 수의계약으로 269억 원 규모의 설계용역 6건을 따냈다. C사는 LH뿐 아니라 서울시·서울주택도시공사(SH)·조달청·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출신의 전관을 채용했다.

무량판 기둥 154개 전체에 전단보강 철근을 빠뜨린 양주회천 아파트 단지를 설계한 D종합건축사사무소는 217억 원 규모의 설계용역 7건을 수의계약으로 수주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LH가 2016년 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맺은 1만4961건의 계약 중 21.6%인 3227건은 전관 업체와 맺은 것이었다. 특히 LH가 전관 업체와 맺은 계약 3건 중 1건은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이었다. 

LH에 따르면 설계 공모에 당선된 경우 수의계약을 하게 돼 있어 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LH 설계 공모 심사위원들이 심사 대상 업체의 LH 출신 직원들과 접촉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드러나면서 공모 방식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LH는 전관 영향력 차단을 위해 설계·시공·감리 선정 권한을 외부에 위탁하거나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