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판문점에서 월북한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을 한달만에 처음으로 언급하며 “그가 불법침입했으며, 망명 의사를 밝혔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해당기관에서 킹 이병을 조사했다면서 “킹이 북한을 불법침입한 사실을 인정했고, 킹은 미군 내 비인간적인 학대와 인종차별에 대한 반감을 품고 북한으로 넘어올 결심을 했다고 자백했다. 킹은 또한 불평등한 미국사회에 환멸을 느낀다고 하면서 우리나라나 제3국에 망명할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킹에 대한 조사는 계속된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킹 이병의 월북 사유를 인종차별에 대한 반감 때문이라고 강조한 것을 볼 때 미국의 ‘인권 공세’에 대해 역공을 펼칠 반박거리를 삼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마침 전날 북한 외무성의 김선경 국제기구담당 부상은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인권 문제가 논의되는 것을 반박하는 담화를 내고 “미국사회에 만연하는 인종차별, 총기류 범죄, 아동학대, 강제노동들을 묵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킹 이병 사건과 관련해 북한은 협상에 호응하기보다 미국의 대북 인권 공세에 대한 반격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면서 “따라서 이른 시간 내 유엔사측과 대화하거나 신병인도할 가능성은 낮다. 추가적인 조사 결과 발표 등을 통해 역공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도 “북한이 간밤에 외무성 부상 담화를 내고 안보리 공개회의 소집을 비판한데 이어 킹 이병의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한 시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은 계속 중간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대미 대응 국면마다 적절히 활용하고, 필요하면 과거 월북 미군들처럼 체제선전 수단으로 대내적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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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문점./사진=연합뉴스 |
이에 따라 앞으로 북한 당국의 킹 이병에 대한 신병처리 방향은 그들이 밝힌 ‘불법침입’과 ‘망명’에 대한 최종 입장을 어떻게 결정할지 여부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킹 이병의 행위에 대해 자진월북이라고 하지 않고 불법침입이라고 규정한 것은 향후 ‘추방’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북미 간 협상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고 해석했다.
또 양 교수는 “북한이 ‘북한 또는 제3국으로의 망명’을 언급해서 아직 킹 이변의 망명 희망지가 불확실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북한 당국은 앞으로 킹 이병 사건을 단기적으로 선전용으로, 중기적으로 협상용으로 활용할 듯하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양 교수는 “북한 당국이 이번 중간조사결과 발표 전 미국에 통보했을 가능성이 있다. 18일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 문제가 거론될 것을 희망하고 대비하는 차원에서 미국이 그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선택을 할 것을 주문하는 성격을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 국방부는 북한 발표에 대해 검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킹 이병의 귀환을 촉구했다.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 주장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킹 이병의 안전한 귀환에 전념하고 있다. 국방부의 우선순위는 그를 집으로 데려오는 것이며, 우리는 그것을 위해 모든 이용 가능한 채널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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