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상진 기자] 천문학적으로 늘어가는 가계부채에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처음부터 나눠 갚아나가는 분할상환을 정착시켜 대출구조를 ‘갚아나가는 시스템’으로 개선시킬 계획이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주요 정부기관은 지난 21일 금융위 기자실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 21일 금융위 기자실에서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미디어펜=홍정수 기자
정부는 3월 기준 1099조원에 이르는 역대 최대규모의 가계부채를 줄여나가기 위해 사전 위험 관리와 시스템 구축에 주력할 방침이다. 가계부채는 주택 실수요자 자금이용 제약완화 등에 따른 주택시장 정상화, 금리인하 등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늘고 있다. 앞으로도 이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대출구조는 처음부터 나눠 갚아나가는 방식으로 개선에 빚을 늘리는 구조에서 갚아나가는 구조로 전환한다. 지난 3~4월 주택금융공사가 32조원 규모의 안심전환대출을 공급해 올 상반기 중 2016년 말 정책목표의 30%를 조기에 달성한 바 있다.

금융회사는 스스로 상환능력심사 방식을 선진국형으로 개선한다. 대출자의 실제 소득을 정확히 입증할 수 있는 증빙소득자료로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확인하고, 신뢰성이 낮은 신고소득자료를 이용하는 경우 은행 내부 심사단계를 상향하거나 분할상환으로 유도하는 등 처음부터 갚을 수 있는 만큼의 대출만 취급되도록 유도한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은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의 비주택대출이 과도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한다. 부동산담보대출시 대출과 감정평가 업무담당자를 분리하고, 외부감정 의뢰시 무작위로 평가법인을 선정하는 등 담보평가 방식을 개선한다. 최저한도를 60%에서 50%로 하향 조정하고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금융회사·주택금융공사·가계의 대응력을 제고하는 동시에 관계기관 합동 모니터링을 대폭 강화한다. 국제적으로 도입중인 자본건전성 규제 도입시 가계부채 요소를 반영해 추가자본을 적립하도록 하는 등 금융시스템 대응력을 강화한다. 주택금융공사의 역량을 강화하고 유동화증권(MBS)을 증권담보대출시 적용되는 담보증권으로 인정받도록 추진하는 등 MBS의 신인도를 높일 계획이다. 가계부채를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도 대폭 강화한다.

정부는 이 대책들은 세부방안별 필요조치, 금융회사 전산개발 등 내부시스템 구측 등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대신 가계부채 상시점검반 운영, 구조개선 목표 강화, 상호금융권 관리강화 방안 등 올해 추진 가능한 대책은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가계부채 관리 방안은 분할상환 등 구조개선 및 관행 정착, 선진형 상환능력심사 체계 구축 등 시스템적·단계적 접근 방식으로 마련했다”며 “인위적인 대출 억제보다는 사전 위험 관리와 시스템 구축에 중점을 뒀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1100조원 규모의 가계부채가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빠르게 증가하는 점에 문제의식을 갖고 대책을 마련했다”며 “향후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되고 주택시장이 과열될 경우 추가적인 보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