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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석 문화 평론가 |
모두가 제정신이 아니다. 아니 미쳤다. 균형감각을 잃어도 심하게 잃은 이 땅의 신문-방송-포털에서 못된 버릇의 새민련에 이르기까지 국가안보의 최전선의 국정원을 놓고 이렇게 대놓고 흔들어대니 국가와 사회의 앞날이 다 캄캄할 지경이다.
나도 안다. 이런 식으로 야당과 언론을 싸잡아 비판하고 나서는 건 필자로서 현명한 처신이 못 된다. 그럼에도 오늘만은 독자를 향해 격정의 한 자락을 털어놓기로 작심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국정원 죽이기란 국가파괴 내지 체제 뒤집기의 광기(狂氣)에 다름 아니라는 엄중한 판단 때문이다. 그걸 알면서도 침묵하는 건 책임있는 시민의 자세가 아닐뿐더러 글쟁이로서 명백한 직무유기다.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건 무엇일까? 그건 저주와 까발리기의 거대한 굿판이다. 2008년 광우병에서 지난해 세월호 사건, 한 달 전 메르스 사태에 이르기까지 대형현안이 터지기만 하면 음모론에 매달리고 헌법기관인 대통령-총리 흔들기에 몰두하던 행태는 또 한 번 난리법석이다.
해킹 여부는 처음부터 저들의 안중에 없었다?
야당과 언론의 목표는 국정원 때리기다. 처음부터 그랬다. 해킹을 했느냐 아니냐는 저들의 처음부터 안중에 없었다. 야당은 해킹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불법 도·감청을 했다는 식으로 몰고 가지만, 현재 증거는 없다. 물론 국정원은 그런 사실을 부인한다.
이런 상황에서 남은 건 정치공세요, 의혹 부풀리기인데, 어쩌면 저들은 처음부터 불법 도감청이 없다는 걸 가늠했다. 기회에 정치공세를 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해킹 프로그램 구입이 사이버테러를 막기 위한 대공(對共)-대외용임을 알고 있지만, 국익과 체제 수호는 알 바 아니었다.
컴퓨터·휴대폰에 대한 도·감청은 전 세계 첩보기관이 예외 없이 하는 일인데, 그 결과 한국만이 온통 난리다. 북한은 지난해 말 악성 코드를 퍼뜨려 원전(原電) PC 5대를 파괴한 후 원전 가동 중단을 협박하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정보수집에 대한 법적 규제는 미국보다 더 엄격하다. 합법적 감청을 할 수 있도록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을 당장 벌어야 정상이다.
선진국 등 모든 나라가 휴대폰 감청뿐이 아니라 PC 해킹을 통한 범죄증거 확보를 합법화한다. 전세계 정보기관 중에서 합법적인 도-감청을 하지 않는 곳은 없다. 우리만 그게 없으니 간첩을 눈뜨고도 못 잡는 것 아니던가?
내가 즐겨 쓰는 표현대로 입춘에 장독이 깨지는 법이다. 잠시 안심했다간 큰일이 난다는 뜻인데, 지금 상황은 대한민국이 국력의 40분의 1밖에 안 되는 북한 전체주의 정권에 의해 당할 수도 있는 위기 중의 위기 국면이다. 그럼에도 모두가 내 일이 아니라고 손을 내젓는 무책임과 위선의 극치가 지금의 상황이다.
야당 전체가 그 꼴이지만, 이 나라 언론 역시 눈 뜨고 봐주기 어렵다. 지금 국정원 흔들기의 선봉에는 허울 좋은 자유와 민주 그리고 표현의 자유 아래 벌어지는 거짓 폭로와 까발리기에 몰두하는, 크게 고장 난 언론, 왕창 망가진 언론이 있다.
그래도 조중동 종이신문 3사가 나름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게 다행일까? 하지만 짝퉁 언론인 손석희의 jtbc를 비롯한 TV조선 등 종편은 정신을 못차리는 선동방송을 반복하니 세상이 어지럽다. 여기에 가세한 게 네이버-다음카카오가 벌이는 선동질인데, 이들은 거의 악마의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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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불법 해킹 프로그램 시연 및 악성코드 감염검사'에서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안 의원은 국정원의 스마트폰 해킹 의혹과 관련힌 당내 진상조사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가에 등 돌린 내부의 불만세력이 가장 큰 적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정원 직원 임모씨와 관련해 과학적 수사결과마저 부인하고, 유족의 명예를 더럽히는 삼류 추측기사를 메인화면 위에 버젓이 올려놓는 편집행위란 실로 가공할만하다.
이들은 “대한민국이 망하기를 바라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지원세력을 자처하는 세력들인가?”(7월 22일자 조선일보 A31면 의견광고)라는 비판의 소리를 들어 싸다. 하지만 피해자는 따로 있다. 이 무책임하고 저질스러운 신문-방송-포털 이용자인 당신 그리고 우리 이웃이야말로 직간접적 피해자라고 나는 단언한다.
“국민을 사찰한 적이 없으나 그 증거를 디가우징으로 지우고 국민을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자살합니다? 개정원 발상답다.”, “국가정보원? 우습다, 니들은 새누리정보원으로 이름을 변경해라, 새누리를 위해 간첩까지 만드는데, 개뿔 국가정보원은 무슨…. ㅉㅉㅉ”
포털 아무 곳을 들여다봐도 수백 수천 건의 댓글이 이런 식인데, 실로 아연하다. 아찔하다. 거리낌 없이 이 따위 발언을 일삼으며, 국가공동체를 망가뜨리는 행위를 버젓이 하는 이들이야말로 외로운 늑대(lone wolf)의 전형이 아닐까?
외로운 늑대란 말은 요즘 국가정보학에서 쓰는 용어인데, 내부 불만세력을 총칭하는 표현이다. 저자 한희원이 최근에 펴낸 책 <대한민국 국가정보원>(백년동안 펴냄)에 따르면, “냉전시대와 달리 오늘날의 국가안보 위협은 외부에만 있지 않다. 가장 무서운 적은 내부 불만세력이다. 이를 외로운 늑대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맞다. 백 번 천 번 공감한다. 외로운 늑대는 적국(敵國)이나 국제테러조직과 직접 접촉이나 연계가 없다. 그럼에도 소속한 공동체에 대한 한없는 불만을 내뿜는다. 평범한 이웃, 그러나 키보드 앞에 앉아 총구를 우리에게 돌리는 인간이 그들이다. 미 연방수사국(FBI)는 이 외로운 늑대가 적발이 어렵고, 가장 큰 자유에 대한 위협이라고 본다.(31쪽)
그건 미국 쪽 사정이다. 한국에서는 5000만 명 전 인구가 ‘잠재적 외로운 늑대’다. 국가 안위를 책임진 정부는 허둥대고, 정치적 망동을 일삼는 야당과 언론은 그저 날뛰는데, 국민들까지 대한민국이라는 체제를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최악의 신문-방송-포털의 선동와 까발리기에 의해 다시 한 번 오염돼 '외롭고 분노하는 늑대', 그게 우리 현재의 몰골이다.
나는 안 그렇고 당신이 그렇다는 손가락질이 아니다. 우리 전체가 사악한 괴물로, 각자도생(各自圖生)만 챙기는 3등 국민으로 타락했다는 자성이다. 이 글 앞에서 밝혔듯 국정원 죽이기란 국가파괴 내지 체제 뒤집기의 광기(狂氣)에 다름 아니다. 그 결과 지금 대한민국이, 한 달 뒤 광복 70년을 맞는다는 이 나라가 위험하다. /조우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