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상진 기자] 이르면 9월 1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손을 맞잡고 메가뱅크로 거듭난다. 현재 노사합의를 마치고 금융위에 인가신청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대 자산규모를 가진 은행을 이끌 초대 은행장이 누가 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일 하나·외환은행 통합추진위원회가 출발하면서 업계의 눈은 통합은행명과 통합은행장에 쏠렸다. 특히 통합은행장의 가장 유력한 후보인 김한조(59) 외환은행장과 김병호(54) 하나은행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 김병호 하나은행장(좌)과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3월 23일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영업부에서 '대한민국만세 정기예금 및 적금' 공동출시를 축하하고 있다. / 사진=하나금융지주

현재까지 구도는 팽팽하다. 두 행장 모두 자사 출신으로 지지기반이 뚜렷한 만큼 통추위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30여년간 외환은행에 근무하며 마지막까지 통합을 진두지휘했다는 이점이 있다. 1년간 조기통합을 두고 외환은행 측 반발이 있었던 만큼 직원들의 사기를 위해 외환은행장을 초대 통합은행장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논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2001년 국민·주택은행 합병시 초대 국민은행장에 당시 주택은행장이었던 김정태 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선입됐던 전례도 있다.

그러나 김한조 행장이 조기통합 추진 과정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이 관건이다. 또 지난해 4분기 적자 이후 좀처럼 수익구조 개선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외환은행 노조와의 관계도 여전히 좋지 않다.

김병호 행장은 하나은행의 모태인 한국투자금융 출신으로 기반이 뚜렷하다. 김승유 회장 재임시부터 전략·재무통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차기 CEO로 주목받았다. 당초 차기 행장 후보로 유력했지만, 김한조 행장이 경쟁에서 밀리자 급부상하고 있다.

아직 54세로 현역 지점장 정도의 연배인 만큼 은행장을 맡기에는 아직 젊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2006년 신한·조흥은행 합병시 신상훈 당시 신한은행장이 통합은행장으로 선임된 사례가 있는 만큼 명분은 충분하다.

   
▲ 김한조 외환은행장(좌)과 김병호 하나은행장(우)이 지난 3월 경기 하나산에서 직원들과 시산제를 지내고 있다. / 사진=하나은행

일각에서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통합은행장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등장하고 있다. 1년여를 끌었던 노사협상의 종지부를 끊은 당사자인 김 회장이 초대 회장을 맡아 통합은행을 안정화시킨 뒤 후임자에 자리를 넘기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이같은 의견에 김 회장은 지난 19일 한국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혀 생각해본 적 없다. 지금은 누가 통합은행장이 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실질적 통합을 이루느냐가 중요하다”고 선을 그으며 “통합은행장은 합병기일인 9월 1일에 임박해 정해질 것으로 본다. 금융위에 본인가를 낼 때는 통합은행명과 집행임원만 정해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