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율 상승은 수출주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투자심리를 개선하는 호재로 작용한다. 하지만 환차손 우려로 국내증시에서 외국인의 자금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가 심상치 않다. 환율 급등이 우리 경제와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그간 환율하락으로 고통받아온 대형 수출주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자칫 외국인 자본의 유출로 이어질 수 있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 중 1160원선을 넘어섰다. 이는 2013년 6월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하반기 기준금리를 인상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환율 급등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해외 주요 투자은행(IB)과 국내 증권사들이 환율 전망치를 줄줄이 상향 조정하고 있다. 맥쿼리은행이 올해 말 환율 전망치를 가장 높은 1200원으로 제시했다. RBC캐피탈마켓은 환율이 내년에 1240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1230원)와 BNP파리바(1200원) 등도 환율이 내년에 1200원대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환율 상승은 수출주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투자심리를 개선하는 호재로 작용한다. 하지만 환차손 우려로 국내증시에서 외국인의 자금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실제로 전일 코스피시장에서 3700억원이 넘게 팔아치우는 등 외국인은 이달에만 1조3000억원이 넘는 규모를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했다. 다음 주로 예정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시장에 달러 강세를 시사 하는 시그널이 강해질수록 외국인의 매도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달러 강세가 진정되는 움직임을 보일 때까지 자금을 달러로 바꾸려는 움직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금리인상 전까지는 외국인의 매도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환율 상승을 용인하는 듯 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외국인의 매도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일 열인 기자간담회에서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은 “원화 약세는 달러 강세에 의한 현상인 만큼 원화 약세를 쏠림 현상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환율 상승을 용인할 것임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그리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환율을 끌어올리려는 듯한 정책기조를 보이면서 외국인의 환차손 우려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환율 상승은 수출에 어느 정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위원은 “6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던 수출에는 어느 정도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예전과는 달리 수출주가 수혜를 입을 가능성은 작아진 모양새다. 실적이 크게 뒷받침되지 않고 있어서다.

박희정 센터장은 “대형주의 2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이면서 환율 상승으로 수급이 갑자기 좋아질 가능성은 낮다”며 “2분기 실적이 바닥임을 확인하고 나서야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율 상승에 따라 업종이나 종목별로 차별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환율 상승으로 그간 밸류에이션이 바닥으로 내려가 있던 IT나 자동차 업종은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그간 환율 변동 시기에는 환율변화와 무관했던 종목에 시장의 관심이 쏠렸던 만큼 방위산업체나 보험업 등에도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