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유태경 기자]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가 올해 외국 인력을 역대 최대인 11만 명을 도입하고 빈 일자리 대책을 수립하는 등 인력난 대응 시책을 펼쳤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어려움이 제기되자 킬러규제를 손보기로 했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을 두고 이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은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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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시장 활력 제고를 위한 킬러규제 혁파 방안./사진=고용부 |
고용부는 24일 서울 구로디지털산업단지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킬러규제 혁파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외국인 고용허가제도 개편과 산업안전 규제혁신 등을 골자로 하는 '노동시장 활력 제고를 위한 킬러규제 혁파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고용부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급격한 인구 감소와 산업구조 변화로 여러 업종이 심각한 인력난에 봉착함을 인지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비전문취업비자(E-9) 외국 인력 쿼터를 지난해 8만4000명에서 올해 11만 명으로 늘렸다. 이는 지난 2004년 고용허가제 최초 도입 후 가장 큰 규모다.
하지만 사업장별 E-9 근로자 고용 한도 상향과 고용 업종 확대 등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요청이 제기됨에 따라 고용부는 외국인 고용허가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먼저 외국 인력 고용 한도를 업종별로 2배 이상 확대한다. 제조업의 경우 현재 9~40명에서 18~80명으로, 농축산업은 4~25명에서 8~50명, 서비스업은 2~30명에서 4~75명으로 늘린다.
올해와 내년 쿼터 규모도 확대한다. 올해 도입 가능한 외국 인력 11만 명 중 3분기 현재 잔여 쿼터는 3만 명가량(34%)인데, 여기에 신규 쿼터 1만 명을 추가해 총 12만 명을 받는다. 내년 쿼터는 수요에 맞춰 대폭 확대해 최소 12만 명이 들어올 전망이다. 업종별 쿼터 보완을 위한 별도 배정분도 최소 2만 명으로 2배 이상 확대한다.
만성적 인력난을 겪고 있는 비수도권 소재 뿌리산업 중견기업(300인 이상)과 택배·공항지상조업 상하차 직종까지 고용허가제 범위를 확대한다. 호텔·콘도업과 음식점업 등 기타 인력난 심화 업종에 대해서는 관계 부처와의 실태조사를 통해 올해 중 개선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
또한 입국 전후와 재직 단계별로 체계적 직업훈련을 지원해 숙련도를 높이고, 업무 숙련도가 높은 외국 인력을 중간에 출입국 절차 없이 계속 고용해 장기근속할 수 있도록 한다.
외국 인력에 대한 현장 수요를 상시 분석해 도입 규모·허용 업종을 체계적으로 선정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부처 간 정보를 연계해 외국 인력 활용 시 불필요한 서류 제출로 인한 국민 불편도 해소하도록 체계를 개편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쿼터 확대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고질적인 미등록 체류자 문제가 해결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데, 올해 쿼터를 크게 늘린 상태에서 더 확대하면 이를 더 심화시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정식 장관은 "규제가 강하고 쿼터가 약할수록 그 비용이 크기 때문에 불법체류 유인이 커진다"며 "법무부, 송출국가 등과 협업해 불법체류를 지속적으로 줄이고, 쿼터 확대 및 장기체류를 가능하게 해 불법체류 유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인구와 인력난의 근본적 원인인 사회구조나 시스템 등을 해결하지 않고 고용허가제만을 확대해 외국 인력으로 이를 때우려고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이런 땜질식 정책은 궁극적으로 실패에 도달할 것이고, 그제서야 부랴부랴 요란스럽게 새로운 대책이라는 것을 내놓을 것"이라며 고용부가 이번에 내 놓은 개편 방안은 근시안적 대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업장 변경과 거주 이전도 안 되는 사실상 현대판 노예의 수를 대폭 확대해 사용자가 사용함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며, 그 기간도 연장해 주겠다는 방안"이라면서 ILO 협약 29호(강제노동금지)를 위반하고 있는 고용허가제를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고용부는 "외국인 근로자 근로·주거환경 개선 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노사 의견을 토대로 합리적인 사업장 변경제도와 숙식비 지침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한편 고용부는 이날 외국 인력 수급 방안과 함께 안전보건규칙 680여 개를 전면 개편하고 반도체공장 내 비상구 설치기준 등 불합리한 규제를 철폐하는 등 현장 밀착형 규제개선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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