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고금리로 인한 조달비용 증가와 연체율 악화 등의 영향으로 저축은행에서 대출 문턱을 높이자 카드대출 수요가 늘면서 부실 위험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카드 여신 대부분이 중·저신용자나 다중채무자로 구성된 만큼 연체율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현재도 카드사들의 연체율은 1%대를 넘긴 상황이다.

2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 등 국내 카드사 8곳의 지난달 말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잔액은 약 35조3952억원으로 전월 동기 34조8468억원보다 5484억원 증가했다.

   
▲ 고금리로 인한 조달비용 증가와 연체율 악화 등의 영향으로 저축은행에서 대출 문턱을 높이자 카드대출 수요가 늘면서 부실 위험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카드론 잔액은 지난해 말 33조6404억원, 3월 말 34조1130억원, 4월 말 34조5108억원에 이어 지난 5월 말 34조9865억원까지 꾸준히 증가하다 지난 6월 들어 1400억원 가량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최근 저축은행 등 타 업권에서 대출한도를 줄이거나 대출 규제가 강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지난달 다시 반등세를 보였다.

금리대는 여전히 14~15%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카드사별 평균금리를 살펴보면 비씨카드가 15.27%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하나카드와 삼성카드가 각각 14.60%, 14.50%로 뒤를 이었다. 또 롯데카드가 14.36%, KB국민카드가 14.30%로 나타난 가운데 신한카드와 우리카드는 각각 13.82%, 13.92%를 기록해 13%대에 머물렀다. 현대카드는 12.74%로 나타났다.

향후 카드론 금리는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사들은 여신전문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차입하는 방식으로 대출상품 취급 등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데 이 채권의 금리가 2달간 전년 초보다 약 2%포인트 높은 4%대를 유지하고 있어 카드론에 책정되는 금리도 맞물려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여전채 조달금리와 카드론 금리가 3개월간의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것을 감안하면 3분기 내 금리가 잇따라 인상될 수 있다.

카드론 외에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 또한 7월 말 기준 6조478억원으로 6월보다 772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리볼빙 잔액은 7조3090억원으로 전달 대비 392억원 늘었다. 리볼빙은 신용카드 결제 대금 중 일부만 납부한 뒤 잔여 대금과 이자는 연체 없이 다음달로 이월하는 서비스다. 리볼빙 잔액이 증가했다는 것은 카드 대금을 상환할 여력이 부족해진 차주가 많아졌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출 규모가 늘어나면서 카드사들의 건전성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카드사의 연체율은 1.58%로 전년 말보다 0.38%포인트 올랐다. 카드대출 부문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연체율 상승폭은 더 커진다. 같은 기간 카드대출 연체율은 3.67%로 0.69%포인트 상승했으며, 신용판매 연체율은 0.87%로 전년 말보다 0.22%포인트 올랐다.

금감원은 하반기 카드사들에 부실채권 매각, 채무 재조정 등을 통한 자산건전성 관리를 지도하고, 여전채 발행 시장 및 카드사 유동성 상황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저신용자나 취약차주에 대한 자금 공급도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여러 측면에서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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