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서동영 기자]한국자산신탁과 한국토지신탁이 서울 삼풍아파트 재건축에 도전한다. 부동산 신탁업계 1, 2위를 다투는 두 회사가 강남 지역에서 첫번째 신탁방식 정비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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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삼풍아파트./사진=서동영기자 |
28일 신탁업계에 따르면 한국자산신탁과 한국토지신탁은 지난 16일 삼풍아파트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이하 삼재준)과 신탁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한다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은 두 회사가 삼재준이 진행한 입찰에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결과다.
한국자산신탁과 한국토지신탁은 부동산 신탁업계에서 선두 자리를 다투는 라이벌 회사들이다. 지금껏 정비사업에서 손을 맞잡은 사례가 없었던 두 회사가 힘을 합친 이유는 삼풍아파트의 상징성과 사업성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인근에 있는 삼풍아파트는 총 2390가구의 대단지다. 법조계 인사들과 기업 임원들이 거주해 강남 지역 고급 아파트의 대명사로 꼽힌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소유자 중 한 명이다. 지난해 5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고 정밀안전진단 통과와 정비구역지정을 노리고 있다.
한국자산신탁과 한국토지신탁으로서는 삼풍아파트 재건축 성공 시 '업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갖게 될 좋은 기회다. 강남권에서는 아직까지 신탁방식으로 정비사업을 완수한 사례가 없다. 사업성이 높아 사업 진행이 수월한데 굳이 신탁사에 수수료를 내야 할 필요가 있냐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 조합과 시공사간 공사비 갈등 같은 사례가 늘어나면서 여의도와 목동 등 최근 서울 내 주요 지역에서는 신탁 방식을 선택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 정비사업 경험이 많고 전문성을 갖춘 신탁사가 재건축 수행을 맡는 것이 조합 방식보다 낫다고 판단해서다. 삼재준 역시 마찬가지다. 박기석 삼재준 위원장은 "향후 시공사와의 공사비 협상 등 전문성, 사업진행의 투명성 등 다양한 장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MOU가 주민 다수의 동의를 받은 본계약이 되기 위한 관건은 두 신탁사가 주민 갈등을 어떻게 잠재울 것인가다. 삼풍아파트는 삼재준과 삼풍 통합재건축 준비위원회(이하 통준위)가 정비사업 방향을 놓고 대립 중이다. 특히 통준위는 신탁이 아닌 조합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풍아파트가 주민 간 갈등이 깊어지면 은마아파트처럼 오랜시간 재건축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한다.
한국자산신탁과 한국토지신탁은 '빠른 정비사업 진행'을 해답으로 내놨다. 삼재준과 협력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및 정비구역지정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신통기획 패스트트랙 방식으로 재건축을 진행하면 서울시 기획설계 용역을 건너뛸 수 있다.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기간도 줄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재준이나 통준위나 재건축을 하겠다는 의지는 같다. 한국자산신탁과 한국토지신탁이 빠르게 정비구역 지정이라는 결과물을 내놓는다면 자연스럽게 신탁 방식 찬성으로 의견이 모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다만 구체적인 사업 추진 계획 및 정비구역지정 방법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토지신탁·한국자산신탁 컨소시엄은 보도자료를 통해 "신탁방식은 불필요한 비용 절감, 신속한 사업 전개, 갈등 해결을 통한 원만한 사업 추진 등 장점이 확실히 있는 사업방식"이라며 "양사가 쌓은 그동안의 노하우와 전문성을 살려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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