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 40% 규제 우회논란…연령제한 은행 자율로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건전화를 위해 대출한도 손질에 나선다. 대출자(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계산할 때 대출만기를 현행 최장 50년에서 40년으로 강화·적용해 대출한도를 축소하는 방식인데, 원리금상환 기간은 종전처럼 50년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DSR를 계산할 때 만기를 최장 40년으로 강화해 실제 일으킬 수 있는 대출규모를 줄이되, 상환기간은 50년으로 유지해 대출자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로써 과도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빚투(빚내서 투자)를 막고, 50년 주담대가 DSR 40% 규제의 우회수단으로 작용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심산이다. 

   
▲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건전화를 위해 대출한도 손질에 나선다. 대출자(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계산할 때 대출만기를 현행 최장 50년에서 40년으로 강화·적용해 대출한도를 축소하는 방식인데, 원리금상환 기간은 종전처럼 50년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사진=김상문 기자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전날 50년 주담대의 대출규제 우회를 막기 위해, 은행권과 DSR 계산 방식을 바꾸는 쪽으로 논의했다. 전날 회의에는 카카오뱅크·NH농협은행·수협은행·KB국민은행·하나은행 등의 대출 담당 임원(부행장)과 은행연합회 임원이 자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 관계자는 "어제 금융위 주관으로 각 은행 실무자가 아닌 부행장급의 임원들이 회의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얘기로 한 번에 바로 적용하는 건 아니겠지만, 지침이 내려오면 은행들이 그에 맞춰 준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DSR는 연간 갚아야 하는 대출 원리금이 연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원리금(주담대+기타대출) 총액을 연소득으로 나눠 계산한다. 현재 정부는 가계대출 관리 명분으로 차주별 DSR 한도를 은행 기준 40%로 규제하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에서 적용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보다 규제가 까다로워 자금이 부족한 대출자로선 대출을 많이 일으킬 수 없는 게 흠이다. DTI는 주담대 원리금 상환액에 기타대출 이자만 반영하는데, 정부는 특례보금자리론 DTI를 60%로 규제하고 있다. 

최근 뒤늦게 영끌·빚투로 내 집 마련에 나선 대출자들은 DSR이라는 까다로운 규제에 맞서 가장 긴 대출만기를 택해 대출한도를 확대했다. 만기를 늘리면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 부담이 줄어들게 되고 DSR 규제비율도 충족할 수 있어 좀 더 무리한 투자를 감행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50년 주담대가 DSR 규제 우회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당국은 50년 주담대의 실제 약정만기는 50년 그대로 두고, DSR 규제 계산시 사용되는 산정만기를 40년으로 축소하는 쪽으로 은행권과 협의했다는 후문이다. 

주요 은행들이 50년 주담대를 '만 34세 이하'만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제한 가운데, 은행들이 DSR 계산방식을 강화하면 대출자가 끌어모을 수 있는 자금은 얼마나 될까. 

한 은행이 50년 만기 주담대를 모의 시뮬레이션을 했는데, 연소득 6500만원(올해 4인 가구 중위소득)인 대출자가 대출을 일으킬 수 있는 연간 원리금 상환가능금액은 최대 2600만원이다. 

이 대출자가 50년 주담대를 받고 기존 방식대로 DSR를 산정할 때 만기 50년이 모두 인정되면, 금리 연 4.5%를 기준으로 빌릴 수 있는 대출한도는 최대 5억 1600만원이다. 이는 DSR 40%를 기준으로 월 상환액은 216만 4051원, 연 상환액은 2596만 8612원이다.

하지만 같은 조건의 대출자가 산정만기 40년을 적용받게 되면, 같은 금리에서 대출 최대한도가 4억 8100만원으로 줄어든다. 기존 방식보다 약 7%(약 3500만원)의 한도가 줄어드는 셈이다. 새 방식에서 월 상환액은 201만 7265원, 연 상환액은 2420만7180원이다.

은행권은 이번 대출규제 강화가 일장일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가계부채 관리 측면에서 '일장'이 있지만, 뒤늦게 집을 사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니즈(대출한도 확대)를 채우지 못하는 '일단'이 있는 만큼 향후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이 50년 주담대 규제의 일환으로 거론한 만 34세 이하의 연령 제한은 형평성 문제로 은행권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연령제한은 당국과 은행권이 추가 협의를 거쳐 결정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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