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때 늦은 감이 있지만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 통 큰 결단만이 남았다. 경제인 사면 이야기다.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취임 후 네 번째로 주요 기업인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장단과 지원 기업 대표 등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는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이 완료된 것을 기념해 마련된 자리로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기업의 또 다른 성장동력이라며 지속적인 관리와 투자를 당부했다. 아울러 청년 일자리 해결도 주문도 빼 놓지 않았다.

   
▲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만남은 광복절 특별사면을 앞두고 있어 재계는 물론 해당 기업들과 경제계 전체도 촉각을 곤두 세웠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이날 참석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대구 및 경북센터),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대전 및 세종), 조현상 효성그룹 부사장(전북), 권오준 포스코 회장(포항),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광주), 구본무 LG그룹 회장(충북),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부산), 황창규 KT 회장(경기),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경남), 김상헌 네이버 대표이사(강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충남), 허창수 GS그룹 회장(전남),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제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제주),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울산), 손경식 CJ그룹 회장(서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인천) 등 17명이다.

박 대통령은 “아직도 창조경제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공허한 인식을 불식시키고, 우리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발전과 우리 경제의 성공을 위해서 새로운 다짐을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아울러 이곳에 모이신 지원기업 대표 여러분들께서도 직업훈련, 일·학습병행제 등 다양한 인재양성 노력과 함께 유망한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많이 제공될 수 있도록 신규채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만남은 광복절 특별사면을 앞두고 있어 재계는 물론 해당 기업들과 경제계 전체도 촉각을 곤두 세웠다. 특별한 언급은 소개되지 않았지만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나 대한상공회의소 같은 경제인 단체에서 잇따라 경제인 사면 요청을 해오던 차라 이번 자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교감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회장은 지난 7월22일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사면에 관한 이야기는 국민화합, 국가이익 차원에서 지난번 국무회의에서 대통령께서 말씀하셨고 지금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일반 국민들에 대해서 그런 목적으로 사면이 검토 된다면 기업인에 대해서도 응당 대상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용만 회장은 “거기에 만약에 기업인이라고 그래서 빠진다고 그러면 그것은 역차별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그러니까 그런 면에서 현명하게 결정하게 내려주시지 않을까 기대를 해 본다”고 말했다.

이어 박 회장은 “단 만약에 사면이 화합과 또는 국가이익을 위한 목적이라면 제가 구체적으로 지난번에도 거명을 해서 말씀을 드리긴 했었다”며 “사면의 기회를 주신다면 그런 기회를 통해서 나와서 조금 더 모범적인 기업을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는 게 좀 좋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 구체적으로 “아시다시피 최태원 회장 또 김승연 회장, 기회를 좀 주시고 다시 모범적인 기업을 만들 수 있는 그런 대열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고려를 해주셨으면 하고 간곡하게 소청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 간담회에 참석,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박용만 회장의 제주 발언 하루 뒤인 23일에는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도 같은 입장임을 밝혀 재계의 절박함을 드러냈다. 허창수 회장은 이날 강원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열린 ‘전경련 CEO 하계포럼’ 기자 간담회에서 최태원 SK 회장 등 기업인에 대한 사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허 회장은 “기업인들을 사면해 줄 경우 경제발전에 이바지하는 바가 클 것”이라며 “최근 ‘엘리엇매니지먼트 사태’가 국내 기업들엔 큰 교훈이 될 것이라면서 주주들과의 소통과 교감”을 주문했다.

그는 “사면해 주면 어느 정도 본인이 사회에 보답할 것으로 생각한다. 사회에 나와서 다시 공헌할 기회를 주는 것이니 본인이 나라를 위해서 열심히 하지 않겠느냐”며 “우리가 (정부에) 사면 요청안을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허 회장은 “(최태원) SK 회장도 3분의 2 정도 (수감시설에) 있었고, 모범수이다. 면회를 다녀온 사람 얘기를 들어보면 아직 안에 있는 게 안타깝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삼성과 엘리엇의 싸움으로 불거진 경영권 방어 문제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대한민국이 시장개방을 했으니까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을 많이 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너무 무방비로, 보호장치가 없으면 우리 기업들에 문제가 많이 생기지 않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런 분위기속에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경제인의 만남이기에 정치권과 경제계가 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특사를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국민들의 삶에 어려움이 많은데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살리고 국가 발전과 국민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서 사면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며 사면 범위와 대상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새누리당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는 직접 광복절 특사 대상에 경제인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국내 주요 기업의 대표들과 만난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한편 '광복절 특별사면'과 관련해 우리 국민들은 경제인 사면보다 정치인 사면을 더 많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7월 넷째 주 주간조사에 따르면 경제인 사면에는 국민 54%가 '반대', 정치인 사면에는 79%가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는 우리국민들의 반감이 경제인보다 정치인에게 더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재벌총수 등 경제인을 특별사면하는 것에 대해 우리 국민 35%는 '찬성'했고 11%는 의견을 유보했다. 세대별로 보면 50대 이상에서는 경제인 특별사면 찬성이 더 많았지만(50대 55%, 60세 이상 59%), 40대 이하에서는 반대 입장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에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되거나 피선거권이 박탈된 정치인에 대해 물은 결과 79%가 '반대'했고 '찬성'은 12%에 그쳐 심각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이번 조사와 관련 갤럽은 "다만 이는 경제인과 정치인 전반에 대한 견해를 물은 결과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특정인으로 한정할 경우 사안에 따라 특별사면 찬반 양상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는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전국 성인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로 진행됐다.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표본오차는 ±3.1%포인트 95% 신뢰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