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총참모부 훈련지휘소 방문 다음날 평양-계룡대 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유사시 전선 이용계획·적 후전선 형성계획·해외무력 개입 파탄계획 등 검토”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30일 심야에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기습적으로 발사했다. 한미 연합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합야외기동훈련의 일환으로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가 한반도에서 훈련한 것에 대한 맞대응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탄도미사일 발사 전날 총참모부 훈련지휘소를 방문해 남한 전역을 점령하는 작전계획을 점검했다.

원래 핵투발 용도로 개발돼 일명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에 현재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지만, B-1B는 최대 57t까지 무장이 가능해 B-2(22t)나 B-52(31t) 등 다른 전략폭격기보다 월등하다.

미 B-1B 전략폭격기가 한반도에 전개해 연합공중훈련을 한 것은 올해 들어 10번째로 북한은 그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이번에 B-1B 폭격기는 우리공군의 FA-50 전투기와 미 공군 F-16 전투기와 함께 서해 상공에서 훈련했다. 

국방부는 이번 훈련에 대해 “북한이 24일 그들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를 발사한 것에 대해 미 전략자산을 적시에 전개한 것으로 확장억제의 행동화와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보여줬다”면서 “한미 공군의 엄호 하에 미 전략폭격기가 주요임무를 수행함으로써 한미동맹의 우수한 연합작전수행능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9일 총참모본부를 찾아 전군지휘훈련 상황을 점검했다고 노동신문이 31일 보도했다. 2023.8.31./사진=뉴스1

북한은 바로 이날 심야를 틈타 기습적으로 밤 11시 40분경부터 11시 50분경까지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이 탄도미사일은 각각 360여㎞ 비행한 뒤 동해상에 탄착했다. 그런데 이 거리는 평양에서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까지의 직선거리 350㎞와 유사해 현 상황에서 전략적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총참모부 훈련지휘소를 방문해 아주 세세하고 다양한 전쟁준비 태세와 군사적 대응 방안을 노골적으로 상세하게 언급한 것은 일단 한미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어 “북한은 갈수록 구체적이고 정교하게 실질적인 전쟁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북한은 각종 미사일들에 전술핵탄두를 장착해 공중, 지상, 수중에서 동시다발로 불시에 발사하는 전술핵 타격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춰 막강한 사이버공격 능력 강화 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은의 29일 총참모부 훈련지휘소 방문 다음 날인 30일 밤 총참모부는 적의 중요 지휘거점과 작전비행장들을 초토화해버리는 것을 가상한 전술핵 타격훈련을 실시했다”며 김 위원장이 지난 4월에 이어 이번에도 작전계획지도를 펴놓고 남한의 수도권과 계룡대 지역을 콕 집어 가리킨 것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 연구실장은 “북한은 전쟁 초기부터 핵무기와 핵EMP탄 사용을 가정한 군사훈련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군이나 한미연합사령부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북한의 핵사용에 대한 즉각적인 핵반격이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 북한 노동신문은 30일 밤 2발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발사에 대해 '전술핵 타격훈련'이었으며 이는 한미가 진행한 연합공중훈련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31일 밝혔다. 2023.8.31./사진=뉴스1

김정은 위원장은 총참모부에서 유사시 전선 및 전략예비포병 이용계획과 적 후전선 형성계획, 해외무력 개입 파탄계획 등의 작전계획 문건들을 구체적으로 검토했다고 노동신문 등이 전했다.

신문은 “김 위원장은 작전 초기에 적의 전쟁 잠재력과 적군의 전쟁지휘 구심점에 심대한 타격을 가하고, 지휘통신수단들을 맹목시켜 초기부터 기를 꺾어놓고 전투 행동에 혼란을 주며, 적의 전쟁수행의지와 능력을 마비시킬 것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정성장 실장은 “만약 북한이 충청도 상공에서 20kt급 EMP핵폭탄을 터트리면 엄청난 전자기 쇼크가 수도권, 강원도, 충청도, 경북 북부지역을 강타해 대부분의 전압시설과 전자부품이 파괴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고 밝혔다.

또 “핵무기가 고도 30㎞ 이상에서 폭발할 경우 강력한 EMP가 발생해 인명과 전력망, 군 장비 등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서울 100㎞ 상공에서 10kt의 핵폭탄만 터져도 EMP로 인해 지상의 피해반경은 250여㎞에 달한다는 원자력연구소의 시뮬레이션 연구 분석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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