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항쟁 맨 앞에 서겠다”…내우외환 빠진 이재명, 무기한 ‘단식’ 승부수
“‘영장심사’부터 받아라”…사법리스크‧계파갈등 침묵에 ‘악어의 단식’ 혹평
[미디어펜=최인혁 기자]취임 1주년을 맞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윤석열 정권의 폭정에 맞서 ‘국민 항쟁’의 선봉장을 자처한 것이다. 다만 정기국회를 앞두고 제1야당 대표가 돌연 단식에 돌입한 것에 정치권에서는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라는 혹평이 쏟아져 국민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평가된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의 삶이 이렇게 무너진 데는 저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퇴행적 집권을 막지 못했고 정권의 무능과 폭주를 막지 못한 책임을 제가 져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면서 대여투쟁 최후 수단으로 무기한 단식을 선택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지난 윤석열 정권 1년간 △이태원 참사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저지 실패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통한 이념 갈등 △정권의 언론탄압 시도 등으로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각자도생의 무정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지지층에게 ‘국민 항쟁’에 동참해 줄 것을 주문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월 31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무능 폭력 정권을 향해 국민항쟁을 시작하겠다"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사진=연합뉴스


제1야당의 수장인 이 대표가 9월 정기국회를 하루 앞두고 ‘단식’이라는 승부수를 택한 것에는 극적인 선택으로 지지층을 결집해 ‘내우외환’을 극복하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최근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재명 체제 1년에 대한 문제 제기가 꾸준히 지속되어 왔다. 연이은 정부여당의 실정에도 사법 리스크에 발목 잡혀 정당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이유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8일 열린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이 대표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대두되자 지지층 결집과 단일대오 재정비의 필요성이 커지게 된 것으로 파악된다.

비명계 의원들은 워크숍 자유발언에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 ‘희생’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진다. 정기국회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방탄’을 포기하고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이 대표는 이른바 ‘반란표’ 사태를 겪은 바 있어 비명계의 주장은 상당한 위협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대표는 지지층을 결집해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하고, 이를 사법 리스크 방어 수단으로까지 이어가기 위해 단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이 대표는 앞서 사법 리스크에 대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 “제 발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라고 공언했던 것과 달리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방어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검찰 수사를 ‘스토킹’이라고 규정하고 윤석열 정권이 자신에게 정치적 공세를 벌이고 있다며 국민들이 함께 맞서줄 것을 요구했다. 불체포특권 포기 조건으로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단서 조항을 달았던 만큼 사실상 방탄의 초석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가 조건 없는 무기한 단식을 선언하며 대여투쟁 동력 확보에 나섰지만 국민적 호응을 이끌어 낼지는 불분명하다. 이재명 체제하 지난 1년간 민주당이 마주한 위기와 리더십 부족 문제 등에는 침묵하고 오로지 ‘대여투쟁’만을 강조하는 극단적 모습을 보인 탓이다.

이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전날 윤리특위에서 민주당 주도로 거액의 가상 자산 투기 의혹을 받는 김남국 의원의 국회의원 제명안이 부결된 것에 대해 답변을 회피했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김 의원 ‘방탄’을 시도한 것에 비판의 목소리가 분출됐지만 성찰 또는 해명보다 회피를 택한 것이다.  

더불어 우상호 비상대책위원회 시절 집권 여당보다 앞섰던 정당 지지율이 이재명 지도부 출범 후 하락 국면에 접어든 것에 대해서도 ‘동문서답’으로 뭉그러뜨렸다.

그는 “대선에서 패배한 세력이 집권세력보다 (지지율이) 높았던 적 있는지 살펴봐 달라”면서 “자부할 일은 아니지만 (현 지도부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정당 경쟁력이 상실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자화자찬’으로 일관한 것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지난 1년간 성찰은 배제하고 오로지 극단적인 ‘대여투쟁’만을 강조한 탓에 계파 갈등 봉합에 어려움을 겪고, ‘단식’의 의미를 퇴색시킬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이 주도하는 ‘새로운선택’ 정당준비위원회는 즉각 논평을 통해 “이 대표는 단식이 아니라 구속영장 심사를 당당하게 받겠다는 선언을 해야한다”면서 “(이 대표가) 단식이라는 꼼수까지 부리며 관심의 초점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발버둥 치는 중이지만 이재명의 민주당에 합류해 ‘국민 항쟁’에 나설 국민은 아무도 없다”고 혹평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 대표가) 뜬금없이 무기한 단식을 선포했다”면서 “이쯤 되면 ‘악어의 눈물’이 아니라 ‘악어의 단식’이라 부를만하다”며 “'단식’이든 ‘국민항쟁’이든 할 때 하더라도 약속한‘영장심사’부터 받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거대의석을 가진 제1야당 수장이 정기국회 하루 전 단식으로 대여투쟁을 촉구하는 것은 본인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꼬집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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