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yB 적립, 코로나19 상환유예, 부동산 대출채권 부실화 등 리스크 산적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신용평가사 한국신용평가가 은행권 업황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인터넷은행의 영업력 확대로 경쟁이 심화된 데다,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적립 의무화로 비용부담이 늘어난 까닭이다. 

여기에 순이자마진(NIM) 하락에 따른 수익성 개선 둔화, 코로나19 상환유예 리스크, 부동산 관련 대출채권 부실화 등 리스크요인이 뒤따르고 있어 '건전성 관리'가 향후 업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 신용평가사 한국신용평가가 은행권 업황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인터넷은행의 영업력 확대로 경쟁이 심화된 데다,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적립 의무화로 비용부담이 늘어난 까닭이다./사진=김상문 기자


1일 한국신용평가가 펴낸 '은행업 Peer Report'에 따르면 은행업은 불확실성에 따른 잠재부실에 맞서 자산건전성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은행업을 지탱하던 전통 시중은행에 맞서 신생 인터넷은행이 약진하고 있고, DGB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선언해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당장 은행 간 경쟁이 심화되면 대출금리 하락으로 이어지는 만큼, 기존 플레이어들로선 부담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인터넷은행의 합산 원화대출 점유율은 2.34%에 불과했는데, 개인신용대출 부문에서는 12.71%에 달했다.  

고금리 리스크에 대응해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충당금 확보를 의무화한 점도 업계로선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당국은 신용공급에 따른 경기변동이 금융시스템 및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은행권에 추가자본 적립의무를 부과할 방침이다. 

현재 CCyB 적립률은 0%를 유지하고 있는데, 내년 5월 1일부터 각 은행 및 은행지주사는 1% 수준으로 충당금을 추가 적립해야 해 비용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은행권의 미래 영업환경도 암울하다. 지난해에는 가파른 기준금리 상승으로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되며, 이자이익 규모가 전년 대비 약 23% 급증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부터 상황이 역전됐다. 기준금리 인상에 힘입어 여전히 높은 NIM이 지속됐지만 지난해 4분기에 견주면 하락했다.

NIM 하락은 금리 인상이 시작된 2021년 하반기 이후 처음인데, 향후 금리인상 기조가 일단락될 경우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예대마진이 은행의 원천적 수익원인 만큼, 예대금리차 감소는 은행에게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또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 고금리로 인한 대출 수요 감소, 건전성 저하에 따른 대손율 상승 등으로 수익성 개선흐름도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리스크요인도 뒤따르고 있다. 우선 이달부터 코로나19 '상환유예 대출자(차주)'들의 분할상환이 본격화된다. 원금·이자 상환유예 대상자는 코로나19 금융지원 잔액의 약 8%를 차지하는데, 상환을 유예시켜준 동안 금리가 큰 폭으로 올랐다. 

이에 차주들이 제출한 상환계획서에 따라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을 지가 신평사의 모니터링 요소라는 지적이다. 지표상 드러나지 않은 잠재적 부실이 확대될 수 있는 까닭이다.

부동산 경기 악화에 따른 부동산업 관련 대출채권의 부실 확대도 은행권을 옥죌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 간 은행의 부동산업 관련 대출은 크게 증가했다. 한신평 분석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부동산업 대출금은 2018년 말 138조원에서 올해 3월 말 210조원까지 급증했다. 

특히 지방은행에서 부동산업 대출 비중이 2018년 말 26.1%에서 올해 3월 말 29.9%까지 증가했는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 비중도 13.6%에 달한다. 시중은행의 PF 대출금 비중은 2.7%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지방의 미분양률이 수도권보다 높게 나타나는 점도 우려 요소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경근 한신평 금융/구조화평가본부 금융1실 선임애널리스트와 위지원 금융1실 실장은 "최근 금리가 다시 상승하고 있고, PF 위험이 실질적으로 축소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리 및 부동산 경기의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건전성 관리 능력이 중요할 전망이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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