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롯데카드 직원 2인 105억원 배임 적발
내부통제시스템 재구축에 시간·비용 소요 전망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롯데카드의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직원들의 배임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매각에 더욱 차질을 빚게 됐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롯데카드 직원의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 현장 검사를 실시해 지난달 14일 롯데카드 직원 2명과 협력업체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롯데카드가 지난달 4일 자사 직원의 업무상 배임 혐의 내용을 보고하자 이틀 뒤인 6일 현장 검사에 착수한 바 있다.

   
▲ 서울 광화문 롯데카드 본사 전경./사진=롯데카드

금감원의 검사 결과 롯데카드 마케팅팀 직원 2명은 협력업체 대표와 공모해 롯데카드가 부실한 제휴 계약으로 105억원을 이 협력업체에 지급하도록 한 뒤 업무상 배임한 혐의를 확인했다.

이들 마케팅팀 직원은 105억원 가운데 66억원을 페이퍼컴퍼니 및 가족회사를 통해 빼돌린 뒤 부동산 개발 투자, 자동차·상품권 구매 등에 쓴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롯데카드 직원이 협력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제보를 받고 자체 감사를 진행해 관련 사실을 금융당국에 보고하고 보다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며 "현재 수사 중인 사안으로 당사는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카드는 지난 2019년 5월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에 매각된 후 재매각을 추진 중이다. MBK파트너스가 내놓은 '매물'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롯데카드 지분 59.83%다.

롯데카드 대주주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4월부터 롯데카드 매각 작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9월 이미 매각 예비입찰을 진행했으나 우리금융지주, KT, 토스 등 인수 후보자로 거론됐던 곳이 발을 빼면서 인수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매각가 3조원이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탓이다. 또 현재 카드업황은 시장포화, 가맹점수수료 인하, 법정최고금리 인하 등으로 어려워 시장 관심도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금리인상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 자회사 분리매각을 통한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먼저 지난 4월 롯데카드의 교통카드 자회사 로카모빌리티를 맥쿼리자산운용에 매각했다.

업계는 현재 매각 대상으로 남아있는 롯데파이낸스베트남의 매각이 성사된다면 롯데카드의 매각은 2조원 초반대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는 롯데카드가 2017년 베트남 현지 금융사 ‘테크콤파이낸스’를 인수해 설립한 해외법인이다.

그러나 이처럼 쪼개기 매각까지 나선 와중에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업계에서는 매각이 장기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부통제시스템 재구축 및 정착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편, 금감원은 롯데카드의 내부통제 실패에 책임 있는 임직원을 엄중히 조치하도록 하고 내부통제 체계 전반을 점검해 개선하도록 지도했다. 또 경영진의 책임을 더욱 명확히 하고자 조좌진 롯데카드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에게 105억원 배임 사고 재발 방지 내용을 담은 확약서를 작성하라고 전달했다. 확약서에는 배임 사고가 발생한 경위, 자체적으로 파악한 미흡 사항,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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