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며칠 전 흘러나온 구글의 LG전자 지분 인수설이 LG전자측의 부인으로 일단락됐으나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양사의 제휴 가능성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구글이 자사의 지분 일부를 인수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증권가 정보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업계 관계자들은 LG전자와 구글 사이에 "여전히 뭔가 있다"는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일부에서는 LG전자의 과거 사례를 들며 구글의 지분 인수설이 헛소문만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동통신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전자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에 네덜란드 가전업체 필립스에 LCD 지분 50%를 매각해 16억 달러의 외자를 유치한 전례가 있다"며 "이번에도 구글과 비슷한 방식의 제휴를 검토하는 것이 아니냐는 게 ICT 업계의 예상"이라고 말했다.

필립스와의 합작을 주도했던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당시 "외자유치를 통해 단순히 재무구조를 개선하는데 그치지 않고, 세계 유수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관계자는 "미래의 대표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시장을 선점하려는 ICT 업계의 각축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구글과 LG전자가 모바일, TV 등에서 협력할 여지가 많다"며 "최근 주력 사업 부문의 부진에 빠진 LG전자로서도 돌파구가 필요해 이번 구글의 LG전자 인수설이 일회성(소문)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LG전자와 구글은 사실 지금도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두 회사는 작년 11월에 기존 특허는 물론 2023년까지 향후 10년간 출원하는 특허에 대한 공유(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등 최근 부쩍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화해왔다.

이 계약에 따라 LG전자는 구글의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시스템부터 데이터 처리, 정보보안 등에 대한 구글의 특허를 자사의 스마트폰, 태블릿PC, 웨어러블 스마트기기, IoT 등의 사업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두 회사는 지난 6월에는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디지털 마케팅 협력 선포식'을 열어 LG전자의 올레드 TV의 흥행을 위해 구글의 검색과 유튜브 등 다양한 디지털 마케팅 플랫폼을 활용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구글의 LG전자 인수설은 이처럼 두 회사의 협력 관계가 점점 긴밀해지는 상황에서 최근 LG전자의 사업 난조가 맞물리며 시장에 그럴 듯한 시나리오로 받아들여진 부분이 있다"며 "모바일, TV 등 홈엔터테인먼트 사업이 동반 부진을 겪고 있는 LG전자로서는 위기를 타개할 계기가 필요하고, 구글도 IoT 사업에서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으려면 가전회사와 손잡는 게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ICT 업계는 워낙 빠르게 변화하는 곳이고, 최근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한 업체들끼리의 합종연횡도 더 빈번해지고 있다"며 "두 회사를 둘러싼 소문이 향후 현실화될지 여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