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르면 다음주 러시아를 방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무기거래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10~13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 계기 북러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며 북러 정상회담이 모스크바에서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지난 7월 방북과 이를 통한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간 서신교환 등으로 이미 북러 간 무기거래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5일 통일부 당국자도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을 받고 “우크라이나전쟁이 발발한 이후 북한이 노골적으로 러시아를 지지하고 있고, 북러 밀착을 과시하고 있다. 7월 27일 북한이 전승절이라고 부르는 6.25전쟁 정전협정기념일 70주년 행사에 쇼이구 러시아 국방상이 참석하면서 북러 간 무기거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전략적 협약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크라이나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무기 부족을 겪고 있는 러시아의 입장에선 북한의 포탄, 대전차미사일 등 무기 지원이 절실할 것이다. 쇼이구 국방상을 만난 이후 김 위원장은 최근 한달 사이 세차례나 군수공장을 방문한 만큼 대러 무기지원을 위한 준비에 착수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북한으로선 러시아에 최근 두차례나 발사에 실패한 인공위성과 핵추진잠수함 등의 기술 이전과 식량지원도 요청할 수 있다고 NYT는 미국 정부관계자의 말을 인용해서 전했다. 마침 북한 경호담당자를 포함한 대표단 20명이 지난달 말 평양에서 기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했다가 비행기로 갈아타고 모스크바로 향하는 사전답사를 수행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쪽으로 약 1500㎞ 떨어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동방 우주기지) 방문 가능성도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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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북러정상회담 이후 만찬을 갖는 도중 통역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9.4.26./사진=스푸트니크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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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이 이번에 방러한다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러시아 방문을 통해 4년만에 정상외교를 재개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의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 계기 푸틴 대통령을 만난 이후 10월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주최해 여는 ‘일대일로 포럼’에도 참석할지 주목된다.
푸틴 대통령은 현재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하고, 이를 계기로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추진 중이다. 따라서 김 위원장까지 베이징에 합류한다면 사상 최초 북중러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 이럴 경우 한미일 3국 공조에 맞서는 북중러 진영 결속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동맹 관계가 아니지만 과거 어느 때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밀착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올해 3월 러시아를 국빈방문해 전략적 협력관계 강화를 재확인하면서 푸틴 대통령을 초청했다.
북중러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의제는 북중러 연합훈련 개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국가정보원은 4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지난 7월 김 위원장을 만났을 때 북중러 연합훈련에 대해 공식 제의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북중러 3국간 연합훈련도 열린다면 사상 처음이다. 지금까지 북한은 다른나라와 군사훈련을 연합해서 한 적이 없다.
한편, 중국의 ‘일대일로’는 중국에서 중앙아시아, 유럽을 잇는 ‘신 실크로드 전략 구상’으로 2013년 9월 시 주석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육상 3개, 해상 2개 등 총 5개 노선으로 추진되고 있다. 중국정부에 따르면 150개국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또 푸틴 대통령이 중국의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한다면 올해 3월 전쟁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후 첫 해외순방이 된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2~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엔 화상으로 참석했고, 9월 9~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불참을 통보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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