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법안 14년째 국회 계류
환자 정보 유출 우려 vs 소비자 편익 생각해야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도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보험 소비자들이 청구하지 않은 실손보험금이 연평균 3000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소비자 편익을 위해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급여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의료비 등의 비용을 보장하는 민영의료보험 상품이다. 전체 국민의 75%인 3900만명 이상이 가입하면서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 보험 소비자들이 청구하지 않은 실손보험금이 연평균 3000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유튜브 캡처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공단과 보험사 통계를 활용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 청구되지 않은 실손보험금은 각각 2559억원, 2512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금액은 보장 대상 본인 부담 의료비에 실손보험 가입자의 의료비 점유율과 실손보험 보장비율, 공제금액 미만 차감 후 비중 등을 곱한 다음 실제 지급된 보험금을 빼 계산했다.

보험사 실손보험 실적 자료에 따르면 2021년에는 12조4600억원이, 2022년에는 12조8900억원이 지급됐다.

과거 지급된 보험료를 기초로 추정했을 때 올해에는 지급되는 보험금이 13조3500억원, 미지급 보험금이 3211억원 규모로 각각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3년간 연평균으로 보면 약 2760억원 규모의 실손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은 셈이다.

윤창현 의원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병원-보험사 간 정보공유를 통해 실손보험금 자동지급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다"며 "보험고객의 불편 해소, 연간 3000억원 규모의 잠자는 보험금 지급까지 기대되는 만큼 신속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실손보험 가입자가 요청할 경우 병원이 중계기관을 거쳐 필요한 자료를 보험사에 전산으로 전송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 6월 14년 만에 국회 정무위원회 문턱을 넘었으나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현재는 실손보험금 청구 시 가입자가 직접 의료기관에 방문해 진료비 영수증, 세부 내역서 등 종이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개별적 불편함을 넘어 사회적 비용 낭비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병원 방문 시간 부족, 번거로운 증빙서류 떼기 및 전송 등 절차 상의 불편함을 이유로 실손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에 대한 논의는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제도 개선을 권고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꾸준히 입법 시도가 있었으나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로 번번이 처리가 무산됐다.

의료계는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병원 부담 가중 등을 이유로 청구 간소화를 반대하고 있다. 보험사와 환자가 실손보험을 계약하는데 의료기관이 개입하지 않았는데 제3자에 해당하는 의료기관에게 의무를 강제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또 계약 당사자가 아닌 의료기관 등이 환자의 개인정보를 전송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며 정보 유출 시 책임 소재도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소비자단체와 보험업계는 청구 절차를 단순화해 소비자 불편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료계는 보험금 청구가 전산화되면 비급여 항목 진료비가 노출돼 의료수가 인하 요구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데 무엇보다 환자 입장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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