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금리 4.15%로 은행권과 비슷
자금이탈 추세에도 이자비용 급증에 수신경쟁 힘들어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시중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올리면서 4%대 예금이 등장하자 저축은행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자금이탈로 수신고가 줄면서 예금금리 인상이 불가피해 졌지만 조달비용 부담에 더 이상 인상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844조9671억원으로 전월 대비 11조9860억원 증가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연초 금리 하락으로 인해 감소했으나 4월부터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 시중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인상 여력이 없는 저축은행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최근 금리가 4%를 넘어서는 등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자 예금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대 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 12개월 만기 최고금리는 이날 기준 연 3.70~3.85%까지 올라섰다. 최고 연 4%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도 늘고 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12개월 만기 은행 예금 36개 중 5개가 최고 4%대 금리를 제공한다.

우리은행의 경우 ‘우리 첫거래우대 정기예금’의 기본금리를 0.30%포인트 올려 최고 4.10%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e-그린세이브예금’은 우대금리를 포함해 최고 연 4.1% 금리를 제공한다. 

신한은행의 ‘신한 My플러스 정기예금’도 최고금리 연 4%를 제공 중이다. 지방은행에서도 DGB대구은행 ‘DGB함께예금’ 연 4.05%, ‘IM스마트예금’ 연 4%, BNK부산은행 ‘더특판정기예금’ 연 4%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저축은행은 최근 금리 매력도가 떨어진 데다 연체율까지 상승하면서 자금이 이탈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상호저축은행권의 수신잔액은 올해 1월 120조7854억원을 기록한 후 지속해서 감소세를 보이며 5월에는 114조5260억원까지 줄었다. 6월에는 114조8870억원으로 전월 대비 소폭 올랐으나 1월보다 5%가량 줄어든 상태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4.15%로 집계됐다. 3%대 후반에서 4%대 초반대에 머물러 있는 은행권 예금금리와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저축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최대 연 6%대 예금 특판 상품을 내놓으며 시중은행과 수신 경쟁을 벌여왔다. 통상 저축은행은 은행권 예금금리보다 0.8~1.0%포인트 높은 금리를 제공해 수신을 유치한다.

또 저축은행은 지난해 높은 금리에 유치한 수신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수신잔액이 대규모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예금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난해 무리하게 예금금리를 올려 이자비용 급증으로 올해 적자전환으로 돌아서면서 지난해처럼 수신 경쟁을 벌이기 어려워졌다. 실제 지난 2분기 이들 저축은행의 이자비용 합계는 5063억원으로 전년 동기(2361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실적 악화에 연체율도 상승하면서 건전성 관리가 시급한 저축은행은 지난해처럼 공격적으로 예금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말 기준 저축은행 연체율은 5.33%로 지난해 말 대비 1.92%포인트 올랐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법정최고금리가 20%로 제한돼 있어 이자비용이 증가한 만큼 이자수익을 낼 수가 없어 수신금리를 올리기가 어렵고 경기악화로 차주의 상환능력이 떨어지면서 대출도 보수적으로 취급하고 있다”며 “그러나 저축은행은 시중은행처럼 채권 발행 등 다른 자금조달 수단이 따로 없고 예·적금 등으로 제한돼 있어 고민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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