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막말'과 '고성', '조롱'의 향연이 매일 국회에서 펼쳐지고 있다. 국회 대정부질문이 열리는 이번 주 내내 국회 본회의장은 여야 의원들 간의 삿대질과 고함소리로 귀가 따가울 정도였다. 국회에서 실종된 '품격'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정부질문 첫날(5일)부터 여야는 본회의장이 떠나갈 듯 소리를 지르며 맞붙었다. 정치분야 대정부질문 첫 주자로 나선 설훈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언급하면서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통령 탄핵이라니..." "취소해" "내려와"라고 소리지르며 거세게 항의했고, 민주당 또한 고성으로 응수했다.
이날 본회의장은 여야 의원들의 고함 소리로 순식간에 아수라 장으로 변했다. 급기야 김진표 국회의장이 “초등학교 반상회에 가도 이렇게 시끄럽진 않다”라고 질책하며 “의회민주주의 실천의 장인 국회 본회의장에서 서로 다른 견해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여야 의원들이 방청석에서 하는 행동은 국민들이 발언하는 사람들의 말을 못 듣게 방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중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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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9월 6일 국회 본회의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대정부질문(경제분야) 이틀째인 지난 6일에는 "북한에서 온 쓰레기" "빨갱이" 등의 도를 넘는 인신공격성 발언도 나왔다. 태영호 의원이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문제를 거론하며 "독재자 김정은 편을 들며 입을 닫고 숨어버리는 민주당은 공산전체주의에 맹종하는 것”이라고 비판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북한에서 쓰레기가 왔다", "부역자", "빨갱이"라며 인신 공격을 퍼부었다.
특히 이날은 경제분야를 주제로 한 대정부질문이었다. 하지만 여야는 정작 가장 중요한 경제 정책을 두고 논쟁을 벌이기 보다는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공방,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 등을 두고 하루종일 입씨름을 벌였다. 민생은 없고 정쟁만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대정부질문(교육·사회·문화) 마지막 날인 8일에도 여야 의원들은 고성을 지르며 싸웠다. '대통령 탄핵'을 입에 올리는 민주당을 향해 여당 의원들은 "또 쓸데 없는 소리하네", "탄핵 탄핵 하다가 역풍 맞는다"라고 소리를 질렀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류 문제를 지적하며 한덕수 총리를 향해 "국민이 두렵지 않냐"라고 따져 묻자, 한 총리는 "100만 수산인에 대해서 제대로 된 정책을 해달라"라고 답했다. 그러자 야당 의원들은 한 총리를 향해 "정신 차리라", "그게 오염수 때문"이라고 반말 섞인 막말과 고성을 쏟아냈다.
국회 대정부질문의 목적은 국정의 전반 또는 국정의 특정 분야를 대상으로 정부에 대하여 질문하는 자리다. 정부나 상대 진영을 향해 막말과 조롱을 퍼붓고, 고함을 지르는 자리가 아니다.
국회의원의 품격 없는 말 한 마디는 의원 개인은 물론 국회 전반에 대한 품격을 떨어드린다. 또한 보는 국민들을 불안하게 할 뿐만 아니라 정치에 대한 불신을 갖게 한다.
이제 정쟁에만 몰두하는 국회가 아닌 민생을 위해 치열하게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되찾을 때가 아닐까.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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