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상진 기자]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금융지주사들은 예상을 웃도는 상반기 순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주력부문인 은행은 줄거나 소폭 감소한데 그친 반면 비은행 부문의 실적상승은 두드러졌다.

   
▲금융지주사들의 올해 상반기 실적이 향상된 가운데 은행 비중이 점차 줄고 비은행 부문이 늘어났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주택자금대출 창구 모습./연합뉴스
27일까지 각 금융지주사별 공시에 따르면 비은행 계열사들의 실적이 눈에띄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반기 유일하게 순이익 1조원을 돌파한 신한금융의 경우 비은행 부문이 전년 동기(35%)보다 8%포인트 높은 43%를 차지해 타 금융지주사를 앞지르는 일등공신이 됐다.

신한금융은 상반기 1조2841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13%나 껑충 뛰었다. 2분기에는 6921억원의 순익을 올려 1분기 KB금융지주에 내줬던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신한은행의 상반기 순익은 순이자마진 하락 영향으로 790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8419억원)보다 6.1% 줄었다. 다만 2분기에는 전 분기보다 2.7% 늘어난 4004억원을 기록했다.

카드, 금융투자, 생명보험, 캐피탈 등 비은행 부문의 성장이 돋보였다. 비은행 부문의 상반기 순익은 599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1.9% 늘었다. 이익 비중도 35%에서 43%로 향상됐다.

신한금융은 “비용절감으로 순이익 감소폭을 최소화하면서 비은행 부문의 이익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KB금융지주는 상반기 9466억원의 순익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25.7% 성장한 수치다. 희망퇴직과 관련한 일회성비용 3454억원으로 인해 2분기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43.9% 감소한 3396억원을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7302억원으로 전년 동기(1978억원) 대비 37.2% 늘었다. 그러나 2분기는 1분기보다 2222억원(46.7%) 감소한 2540억원을 기록했다.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2분기에 1.61%를 기록해 전분기 대비 0.11%포인트 하락했다. 상반기 순익 중 비은행 비중은 29%로 지난해 31%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하나금융은 올 상반기 7488억원의 순익을 달성해 전년 동기보다 22.7% 성장했다. 2분기 순익은 3749억원으로 전년 대비 10.27% 감소했다.

하나은행의 순익은 5606억원으로 전년 대비 0.7% 증가했고, 외환은행은 전년 동기보다 27.6% 감소한 795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비은행 비중은 지난해 6.3%에서 17.9%로 3배 가까이 늘었다. 하나캐피탈은 37%, 하나생명 265%, 하나저축은행은 72.5% 성장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금리로 인한 순이자마진 감소로 금융지주의 수익구조는 비은행에 집중하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며 “하반기도 지금과 같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다면 비은행 실적에 따라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구조변화에 각 금융지주사는 저마다 돌파전략 구상에 열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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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은 LIG손해보험 인수 이후 시너지 효과 창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KB금융은 이달 지주 재무기획부에 보험유닛(unit)을 신설하고 KB손해보험에서 부장급 1명을 포함해 4명을, KB생명에서 과장급 1명을 불러들였다. 하반기 사업 다각화와 손해보험사의 역량 확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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