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스페인의 여자월드컵 우승 시상식에서 선수에게 강제로 입맞춤을 해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스페인 축구협회장이 결국 물러났다.

스페인 축구협회는 11일(이하 한국시간) 루이스 루비알레스 회장이 사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8월 20일 여자월드컵이 끝난 지 20여일 만이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이날 개인 SNS를 통해 "국제축구연맹(FIFA)이 나에 대한 자격정지 처분을 내리고, 나를 공격하는 온갖 사건들이 난무하고 있어서 협회장 자리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는 내용의 사임 성명을 내놓았다.

   
▲ 스페인의 여자월드컵 우승 시상식에서 선수에게 강제 입맞춤을 해 큰 논란을 불렀던 루비알레스 스페인 축구협회장이 결국 사임했다. /사진=스페인축구협회 공식 SNS


문제의 '강제 키스' 사건은 스페인 여자축구대표팀이 '2023 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잉글랜드를 꺾고 우승한 뒤 시상식 현장에서 벌어졌다. 스페인 대표선수들이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메달을 받자 시상식장에 함께했던 루비알레스 회장이 선수들을 일일이 격려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선수들 중 제니 에르모소와는 포옹을 한 뒤 얼굴을 잡고 입을 맞췄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지자 여론이 들끓었다. 선수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로 키스한 것은 명백한 성추행이라며 스페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루비알레스 퇴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전원 사퇴하고, FIFA까지 나서 자격정지 처분을 내리고, 회장 사태 시위도 계속됐지만 루비알레스 회장은 에르모소 선수가 키스에 동의했다는 주장을 하는 등 버텼다.

이에 에르모소가 공식적으로 성추행 피해 고소를 하고, 스페인 검찰이 루비알레스 회장을 성추행 혐의로 기소하겠다고 발표하자 그는 결국 사임할 수밖에 없었다.

스페인 여자축구가 월드컵을 제패하는 기념비적인 업적을 세우고 이를 즐길 틈도 없이 루비알레스 회장의 돌발 행동과 이후 황당한 대처로 씁쓸한 결말을 맞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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