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이 사우디아라비아와 9월 A매치 두번째 경기를 갖는다. 이번 경기 결과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13일 오전 1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영국 뉴캐슬의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국가대표 친선경기를 치른다.

   
▲ 클린스만 감독이 사우디아라비아전을 앞두고 대표팀 훈련을 지휘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후 아직 승리 신고를 못하고 있다. 그동안 5경기를 치러 3무 2패를 기록했다. 가장 최근 경기였던 지난 8일 웨일스전에서 한국은 0-0으로 비겼다.

대표팀이 계속 부진하면 감독은 물론 선수들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선수들보다는 클린스만 감독에게 비난이 집중되고 있다. 이유는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 축구가 낳은 세계적 공격수 출신이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에 독일 대표팀 사령탑 경력도 있다. 2006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때 독일대표팀을 지휘했고, 독일은 3위에 오르는 괜찮은 성적을 냈다. 이런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그동안 보여준 모습은 실망 그 자체였다.

5차례나 평가전을 치르는 동안 클린스만 감독은 '무승' 결과도 그렇지만 감독으로서 자신의 색깔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것이 없다. 상대에 따른 전략이나 선수 기용이 적절해 보이지 않았다. 새로운 선수 발굴이나 조커 활용 등으로 히트작을 내놓은 것도 없다.

경기를 통해 드러난 지도력에 의문부호가 붙은 것은 물론, 대표팀 사령탑으로서 노력하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았다. 3월 부임 이후 한국에 머문 시간이 대표팀 소집 전후를 중심으로 합쳐서 두 달 정도밖에 안된다. '재택근무' 논란 속에 이번 9월 A매치를 앞두고는 대표팀 명단 발표를 축구협회에 맡기고, 팬들이 궁금해할 점들에 대한 설명을 들려줄 기자회견도 하지 않았다.

   
▲ 6월 A매치를 앞두고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면서 기자회견을 가진 클린스만 감독. 9월 A매치 때는 이런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웨일스전에서 실망스런 경기 내용을 보이고도 반성보다는 '내년 아시안컵이 목표니까 그 때 잘하면 된다'는 식으로 얘기하고, '아들이 원해서 아론 램지 유니폼을 챙겼다'는 것을 자랑했다. 재택 근무 비판 여론에 대해서는 '유럽을 오가며 여러 사람들과 만나 얘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 일하는 것이 대표팀을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며 '그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찾으면 된다'는 납득하기 힘든 반응을 나타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사우디전에서조차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클린스만 감독 체제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의 축구 강국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우승팀 아르헨티나를 조별리그에서 꺾는 대이변을 연출했던 팀이다.

다행히(?)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의 현재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월드컵 후 치른 5경기에서 한 번도 못 이겼을 뿐 아니라 전패를 당했다. 부진 속 지난 8월 사우디아라비아 지휘봉을 잡은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은 첫 경기로 치른 9일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에서 1-3으로 졌다.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전 승리로 반등을 노려야 하지만, 최악의 분위기인 사우디 역시 한국전을 반등의 계기로 삼기 위해 벼르고 나올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사우디를 상대로 감춰뒀던 '색깔'을 드러내며 속 시원한 경기 내용과 함께 첫 승을 챙길 수 있을까. 클린스만호가 방향키를 다시 잡고 아시안컵까지 순항하려면 사우디전 필승은 필수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