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초구 내곡 예비군 훈련장에서 모 예비군이 주변 예비군에 총기난사를 하고 본인이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분명히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될 참극이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이 이러한 원인을 FPS게임으로 인한 현실과 가상현실의 혼동에 기인한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 등장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카트라이더’ (온라인 자동차 레이싱게임)를 하면 사람들이 도시의 무법자가 되어야 한다. 이게 무슨 논리인가? 엉뚱하게 게임 산업이 죄를 뒤집어 쓴 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C게임과 모바일 게임 모두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데렐라 법. 흔히 셧 다운 제도로 많이 알려져 있다. 이 제도는 16세미만의 청소년들이 오전 0시부터 6시까지 게임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법안이고,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을 막는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2011년부터 적용되었으며 현재는 PC 온라인 게임에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여성가족부는 (이하 여가부) 적용 범위를 넓혀 모바일 게임에도 이 규제를 적용하자 한다.

   
▲ 현재 PC 온라인게임에 적용되고 있는 신데렐라 법(셧 다운제)을 여성가족부에서 모바일에까지 적용하려고 하고 있다. 근본적인 대안없이 규제만 양산하는 것은 제도의 실효성은 물론 게임 산업까지 죽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사진=연합뉴스
사실 온라인게임 업체 입장에서는 신데렐라법이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다. 16세 미만 청소년들 중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게임을 하는 유저들이 몇이나 되겠는가? 하지만, 신데렐라법이 모바일 게임으로 까지 확산되면? 이는 상당한 파급효과가 발생한다. 지금까지의 규제대상은 PC를 통해야만 접속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이었다.

그러나 모바일게임은 밤 늦게 침대 위에서도 즐길 수 있다. 그만큼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쉬운 접근성 때문에 많은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들이 모바일게임에 중독될까 우려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규제만을 강조하면 게임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전통적 게임 강국이고, 이러한 규제는 경제 전체적으로 봐도 큰 손해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더욱 황당한 것은, 여가부에서 주장하는 정책 취지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역할을 분담하여 협동하는 구조’, '도전과제에 성공했을 때 보상이 주어지는 구조’, '경쟁심을 유발하는 구조’ 등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저러한 구조들을 적극 찬성하지는 못할망정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으며 불필요한 규제를 줄여야 할 판에 쓸모없는 규제를 더 늘리자고 한다.

이는 학부모들의 지지를 얻어 여가부의 존재감을 늘리려는 시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게임세대가 경쟁을 즐기고, 팀워크를 중시하고, 노력과 보상체계에 익숙해지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신데렐라 법은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게임은 수출의 효자영역이다. 그런데도 마약취급을 하며 미움 받았다. 실제로 게임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60%가량인데, 이는 K-POP과 같은 음악 산업의 15배 규모이다. 이러한 효자역할을 담당하지만, 정부의 게임 죽이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는 국가자본주의가 노골적으로 발현되는 것으로, 정부의 개입을 늘려 자율성을 저해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실제로 이러한 규제가 적용됐다고 하자. 구글 스토어나 애플의 앱스토어 등에서 게임 카테고리를 영구삭제 할 수 도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수익이 안 나는데 굳이 게임 카테고리를 운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혹자는 말도 안 된다고 할 수도 있다. 아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과거에 소니는 우리나라 콘솔게임시장에 자사 게임공급을 중단해버린 적이 실제로 있다. 무조건 신데렐라법이 확장된다고 구글이나 애플이 게임 카테고리를 삭제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소니와 같은 전례가 있기 때문에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도 없다.

우리나라는 현재 한쪽에서는 게임 산업을 미래 동력산업이라 하여 막대한 지원을 하며, 다른 한 쪽에서는 어떻게든 규제하고 축소시키려 애를 쓰고 있다. 이러한 엇갈린 정책으로 많은 이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무차별적인 규제를 주장하는 대신 게임 산업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먼저 선행되어 선진화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막대한 지원, 무차별적인 규제 모두 없어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게임 산업을 시장에 풀어두면, 그들은 스스로 살아나거나, 소멸할 것이다. 그들이 어떻게 되느냐는 그들 스스로에 달려있다. /한상민 홍익대 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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