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유럽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지고 있다. 전 세계적인 불황도 한 몫 했지만, 낮은 생산성과 노사 관계 불균형이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저성장’으로 발현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는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EU의 올해와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1%와 1.6%에서 각각 0.8%와 1.4%로 하향 조정했다. GDP 성장 전망치를 낮춘 것은 유럽의 경기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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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지고 있다. 전 세계적인 불황도 한 몫 했지만, 낮은 생산성과 노사 관계 불균형이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저성장’으로 발현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는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유럽연합 깃발 /사진=연합뉴스 |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고금리, 미‧중 전쟁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저성장의 원인으로 꼽히지만, 이에 앞서 유럽 내의 비효율적인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성노조가 득세하면서 노동 생성성이 감소한 것이 작금의 사태를 불러왔다는 비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여가 시간을 더 중시하고 고용 안정성을 선호하는 고령화된 근로자들로 인해 생산성이 부진해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주4일 근무는 유럽 대다수의 국가에서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독일 최대 노조는 오는 11월 단체 협상을 앞두고 주 4일 근무제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이슬란드와 영국, 벨기에, 스페인과 스코틀랜드 모두 주4일제 열풍에 가담하고 있다.
주4일 근무 도입 초기 때만 해도 근무 시간 개편을 통해 업무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지만, 유럽의 저성장이 가시화 되면서 ‘적게 일하려는 문화’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신기술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점도 유럽의 성장을 저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경우 애플과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빅테크 시대를 이끌어 가고 있지만, 유럽은 이에 대항할 기업이 없는 것이 문제라는 진단이다.
이는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와도 궤를 같이 한다. 한국 경제는 오래 전부터 강성 노조등으로 인한 노사 분규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전 정부에서 시행된 주52시간 제도는 노동생산성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제도로 꼽힌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주52시간 제도를 개편하려고 시도했지만, 강성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자취를 감추게 됐다.
이 같은 고질적인 문제는 경제지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올해 1분기(1∼3월) 한국의 GDP 성장률은 0.3%로, 이웃나라 일본(0.9%)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2분기에는 0.6%으로 일본과는 1.5%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 같은 이유로 재계에서는 유럽의 저성장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다만 유럽의 경우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는 명품 기업이 곳곳에 포진돼 유럽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이렇다 할 기업은 삼성과 현대차 등 손에 꼽히는 정도여서 문제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EU의 최근 흐름을 보면 전반적으로 활력이 저하됐다”며 “일을 덜하는 게 천국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경제 역시 유럽의 저성장을 무겁게 받아들여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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