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거미집'이 재기발랄한 스토리와 탄탄한 장르적 변주로 추석 극장가 접수에 나선다.

14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김지운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박정수, 장영남이 참석했다.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송강호)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이날 김지운 감독은 "극 중 김 감독이 하는 이야기 중 제가 실제로 하던 이야기와 비슷한 것이 몇 개 있다. 현장에서 느꼈던 몇 가지 감정을 김 감독을 통해 이야기하기도 했다"며 "저는 '놈놈놈'까진 시나리오가 가혹할 정도로 배우들을 고생시키는 감독으로도 유명했다. 힘들고 어렵게 찍은 것들이 찍었을 때 그 에너지들이 온전히 화면에 담긴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반칙왕', '달콤한 인생'을 리메이크하며 영화를 다시 봤는데, 정말 스스로가 집요하고 혹독했구나 느꼈다. 오랜만에 본 영화를 통해 내가 쏟아냈던 에너지가 떠올랐고, 김 감독을 통해 이야기하게 됐다. 송강호 씨와 오정세 씨의 대화 신에서 '나만 좋으려고 하는 것이냐', '배우도 제대로 연기했을 때 창피하지 않은 것 아니냐' 등 이런 말들도 혹독한 연기 디렉션을 주면서 제 마음 속에서 떠올렸던 대사들이다"라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김지운 감독은 "집요하게 열정적으로 미친 것처럼 치열하게 영화를 찍었던 것 같고, 그 에너지는 고스란히 영화에 서려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영화적 믿음이 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송강호는 "영화에서 김 감독의 욕망 때문에 모두 모여 좌충우돌하고 결말을 완성해가는 과정이 그려지는데, 배우들의 욕망도 드러난다. 욕망에서 허우적대는 모든 사람들을 상징하는 우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임수정은 "결말이 바뀌기 전 제 캐릭터는 자신의 상황에 순종적으로 맞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여성이었다. 결말이 바뀐 후 캐릭터는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고, 욕망에 충실한 인물로 그려지는데, 개인적으로 바뀐 결말이 더 좋다"고 전했다.

1970년대 영화 속 과장된 말투가 처음에는 부자연스러웠다는 정수정. 그는 "제가 1970년대 말투는 한 번도 접해보지 않아 당황스러웠는데, 감독님의 시범을 보고 확실히 감을 얻었다. 클립들도 찾아보면서 레퍼런스로 활용했다"며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 연기할 때 모두가 그렇게 연기하니까 자연스럽게 되더라. 그리고 그 의상, 헤어, 메이크업을 해야만 그 말투가 나오더라. 현대 말투가 어색할 정도였다. 저희끼리 놀리면서 재밌게 찍었던 기억이 있다"고 촬영 후일담을 전했다.

장영남은 "'거미집'은 제 연기 인생에서 너무 큰 힘이 될 것 같다"며 함께 작업하고 싶었던 김지운 감독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 송강호, 박정수 등 대선배들과 함께한 현장이 행복했다며 "제가 감히 이 분들 앞에서 무엇을 하고 저지르는 게 중요하지 않겠더라. 제가 여태까지 했던 것 잊어버리고 나의 장점도, 단점도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거미집'은 제게 사랑이다"고 덧붙여 훈훈함을 안겼다.

김지운 감독은 '거미집'을 통해 깊은 주제의식과 다양한 장르적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스토리를 짜고, 중심 주제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몇 번씩 '이런 영화구나' 바뀌곤 하는데, '거미집'은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영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모순과 불합리한 세계 속 난관을 김 감독이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이야기하는 영화다"라고 밝혔다.

또 "한편으로 그 시대를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분들이나 궁금증을 가진 분들은 그 시대 이야기와 영화 제작자들의 에피소드, 풍속, 시대상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며 "앙상블 코미디가 정말 재밌는 장르구나 하는 것을 '거미집'을 통해 보여드리고 싶었다. 영화 속 영화로 두 편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기대를 부탁했다.

'거미집'은 오는 27일 개봉한다.